강정호 9회 결승홈런 '배트 플립' 논란, 허들 "못 봤다"

by정재호 기자
2015.07.29 14:07:11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알토란같은 9회 솔로홈런으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지난 5경기 4번째 승리를 손수 이끌었다.

강정호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겟 필드’에서 벌어진 미네소타 트윈스와 인터리그 원정 2연전 1차전에 선발 유격수 겸 5번타자로 나와 ‘4타수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 1몸맞는공(HBP) 1삼진 1실책’ 등을 기록했다.

양팀은 도망가면 쫓아가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파이어리츠가 9회초 터진 강정호의 관중석 2층을 때리는 대형 홈런에 힘입어 야구경기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8-7 케네디 스코어로 신승했다.

강정호는 1사후 트윈스의 좌완 클로저(마무리투수) 글렌 퍼킨스(32·트윈스)를 맞아 떨어지는 변화구를 ‘레그킥(타격 시 다리 드는 동작)’ 파워를 온전히 실어 좌중간 펜스 쪽으로 훌쩍 넘겨버렸다.

강정호가 기술적인 타격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AFPBBNews
전반기 28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키며 트윈스 돌풍의 주역으로 꼽혔던 퍼킨스는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맞은 후반기 4경기 중 2번의 블로운세이브(구원실패)를 포함해 3경기에서 실점했다.

퍼킨스를 침몰시킨 강정호는 지난 9경기 타율이 무려 0.441로 치솟았다. 이에 대해 ESPN은 “강정호의 이런 활약은 파이어리츠가 3루수 조시 해리슨(28)과 유격수 조디 머서(29)의 부상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홈런 당시 공을 때리고 뻗어가는 타구를 쳐다보며 넘어간 걸 확인하고는 방망이를 살짝 던진 행동이 경기 뒤 약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배트 플립(타격 후 방망이 던지기)’ 동작이다. 미국 피츠버그 유력지 ‘트리뷴-리뷰’는 “강정호가 9회 결승홈런을 때리고 1루 쪽으로 몇 발짝 뗀 뒤 방망이를 내야 쪽 잔디로 던져버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극적인 홈런에 팀 동료들은 강정호를 분명히 용서할 테지만 상대편 입장에서는 논란을 제기할 법한 행동이었음을 시사했다.

클린트 허들(57·파이어리츠) 감독은 “배트 플립을 보지 못했다”며 “넘어가는 공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논란을 슬쩍 피해갔다.

강정호는 “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다”면서 “한국에서 뛸 때부터 그런 상황들을 즐겨왔다”고 말했다.

미국야구 문화에서 배트 플립은 상대 투수에 대한 무례라는 인식이 강하다. 즉 보복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에서 하던 버릇대로 하다가는 야시엘 푸이그(25·LA다저스)처럼 가는 곳마다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힐 수 있어서다.

푸이그는 홈런 등의 큰 타구를 날렸을 때 본능적으로 배트를 살짝 집어던지는 버릇이 있다.

야구를 익히던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 중 하나라고 해명하지만 미국야구 문화에서는 보복의 표적이 될 만한 불손한 행동으로 치부된다.

야구의 세계화에 발맞춰 배트 플립을 대하는 메이저리그의 시선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하루아침에 확 바뀌지는 않는다. 게다가 강정호는 빅리그 기준으로 루키(신인) 신분이어서 자칫 건방진 이미지가 심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할 필요성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