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도사` 남용 부회장의 `4개 렌즈論`

by류의성 기자
2010.01.28 09:42:06

사람을 바라보는 4개의 관점 역설
"CEO 리더십의 80%는 실력에서 나온다"
`신호등 관리`법 소개..업무 성과 관리 노하우

[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LG전자(066570)에서 한 외국인 구매 담당자를 영입했다. 그는 사업부문별로 구입하던 부품들을 하나로 묶어 사들이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구매량이 크게 늘어 어떤 조직은 원가의 30%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부문마다 다른 부품을 사용하던 엔지니어들이 부품을 통일하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 때 내가 제시한 해결책이 바로 `입장 바꾸기`였다. 설계팀에서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 한 명을 구매 담당 부서로 발령냈다. 그랬더니 결국 구매팀 입장도 이해하고 부품 통일에 따른 성능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소개한 한 일화다. 그는 최근 세계경영연구원이 마련한 `대한민국 Top CEO에게 진짜 리더십을 묻다` 간담회에서 `남용 식의 CEO론`을 역설했다.

그는 오랫동안 조직에서 일하다보니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4가지 렌즈`를 갖게 됐다고 했다. 

첫 번째 렌즈는 자기 비전을 갖고 다음 레벨로 끌어올릴 사람인가 아닌가 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 사업부장을 고를 때 저 사람이 과연 냉장고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방향과 제대로 된 구상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과연 월풀이나 삼성전자와 다르게 우리 나름대로의 구상인지를 파악한다.

두 번째 렌즈는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 어느 수준을 달성하면 그 이상을 달성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남 부회장은 전했다. 

남 부회장은 "앞서 얘기한 두가지 렌즈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으로도 어떤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의 지혜를 끌어 모아 같이 가고, 다른 이는 몰아붙이면서 막 끌고 가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세 번째 렌즈로 사람을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근본적인 토대를 본다고 했다. 사람들을 무리하게 이끄는 사람인지, 주위 사람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는 것.

마지막 렌즈로 남 부회장은 `팀 플레이어`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개발팀과 구매팀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때 내가 양보해야지 하는 것은 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개발과 구매가 모두 좋아지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팀이고,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역설했다.



남 부회장은 업무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 가운데 `신호등 관리`라는 것을 소개했다.

신호등 관리는 사업 담당본부와 1000개 이상의 프로젝트 하나 하나를 놓고 매달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평가보고서마다 빨강과 파랑, 노랑 신호등을 표시한다.

빨간등이 두 번 켜지면 경고, 세 번 연속으로 켜지면 본사 경영진단팀이 나와 함께 분석에 들어간다. 남 부회장은 성과가 잘 안 나온다고 질책하기 보다 목표를 낮춰주거나 팀원을 바꿔주는 것이 더 낫다고 전했다.

남 부회장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피곤한 것이 자기가 생각할 때 가치가 없는데 보고를 하라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남 부회장이 선택한 방법 역시 `신호등`이었다. 직원이 7시 이전에 퇴근하면 사무실 표에 파란자석을 붙이고, 9시 이전은 노란 자석, 9시 이후면 빨간 자석을 각각 붙이도록 했다.

남 부회장은 "빨간 자석이 집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있다면 일이 과중하거나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경우라고 판단한다"며 "일을 덜어주거나 일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과감히 낭비를 줄이도록 했다.

그는 진정한 CEO란 실력과 솔선수범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남 부회장은 "리더십의 80%는 실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며 "실력이 없으면 밑에 사람들이 따라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나머지 20%는 남을 따르게 하는 능력과 자기 관리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