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수입, 무역분쟁 이전으로 급증..."바이든 확장 재정정책 주효"

by이윤화 기자
2021.05.09 12:00:00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최근 미국의 대중 수입 동향'
지난해 1단계 무역협정 체결 후 완화적 통화정책 영향도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법안의 필요성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펜트업 소비 등으로 미국의 대중 수입액이 2019년 무역분쟁 이전 수준을 웃돌 정도로 증가했다. 향후에도 미국의 대중 수입은 바이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지속, 대중 압박 수단으로 관세가 아닌 인권·기술·환경 이슈 활용 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최근 해외경제 주요 이슈’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2019년 중 급감한 미국의 대중 수입액이 2020년 하반기부터 크게 증가하면서 금액규모로는 무역분쟁 이전 수준을 뛰어 넘었다. 미국의 대준 수입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연율기준)은 지난해 2분기 -54.1%에서 3분기 93.1%로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29.8%에 이어 올해 1분기 들어서도 5.7%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전자기기, 기계류, 완구, 섬유제품 등 주요 수입품목이 작년말부터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지난해 1월 1단계 무역협정 체결 이후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왔다.

중국의 수출도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교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중국 해관총서의 발표에 따르면 3대 무역상대국인 미국과 무역은 무려 50.3%가 늘었는데 그 중 수출이 49.3% 늘었고, 수입은 53.3% 증가했다. 이로 인해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무역 흑자는 6538억9000만위안으로 1년 전보다 47%나 증가했다.



미국의 대중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은 미국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수입수요 증가, 양국간 관세 인상 조치의 소강상태 지속 등이 원인이다. 미국은 팬데믹 발발 이후 미국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했는데 2020년 3조7000억 달러에 이어 올해 3월엔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또한 중국 정부와 무역 전쟁을 벌이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조 바이든 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한 통상압박 방식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대중 수입 증가에 영향을 줬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원부자재·완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감소한다고 인식했다. 무디스의 추정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2018년 3월~2019년 9월 중 감소한 일자리는 30만개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2019년 중 미중 무역분쟁으로 급감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다시 크게 증가하면서 금액규모로는 무역분쟁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면서 “미국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수입 수요 증가, 양국간 관세 인상 조치의 소강상태 지속 등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바이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지속, 대중 압박 수단으로 관세보다 인권·기술·환경 이슈 활용 등으로 인해 대중 수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의 부양책 효과가 대중 수입 증가로 쏠린다면 바이든 정부가 받게 될 정치적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대중 수입 증가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