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보러 왔죠"…이른 아침부터 현충원 찾은 참배객들

by김영은 기자
2023.06.06 17:37:55

6일 현충일 맞아 국립서울현충원 가보니
코로나 방역 해제 후 참배 행렬 문전성시
"한국전쟁·월남전 참전 가족·동료 보고파"
새벽부터 참배객 음료 제공 봉사활동도

[이데일리 김영은 수습기자] “열일곱에 결혼도 안 하고 6·25 한국전쟁에 나간 삼촌에게 남은 혈육이라고는 이제 저 하나뿐…어머니 할머니 모두 돌아가셔서 조카라도 자주 와야죠.”

6일 현충일을 맞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참배객들이 사이렌 소리에 맞춰 일동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현충일인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현충원) 정문 앞은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참배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간 코로나19 여파로 방문하지 못한 유족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해제 이후 다시 현충원을 한데 찾으면서다. 이날 오전 7시쯤부터 현충원 입구 주변으로 차량 정체가 발생하면서 경찰이 교통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현충원 정문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제68회 현충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국전쟁에서 가족을 잃거나 베트남 전쟁에서 동료를 잃은 참배객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현충문을 들어섰다. 박무숙(76)씨는 “삼촌 이름이 쓰여있는 비석을 보러 오전 7시15분쯤 도착했다”면서 “조카인 내가 자주 찾아와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재작년과 작년 두 번이나 못 와봤다”고 말했다.

권덕규(85)씨는 “6·25 전쟁 때 경남 거창군 송계사에서 사망한 둘째 형과 월남전에서 잃어버린 동료 3명을 보러왔다”며 지갑을 열어 보였다. 권씨의 지갑 한쪽에는 1997년 5월 국가 참전 유공자로 등록된 친형 국가유공자증이 담겨 있다. 다른 한쪽엔 함께 했던 동료 정모·고모·공모씨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접혀 있었다. 그는 “나와 친한 사람들 다 여기 누워 있는데 소주나 한잔 다 따라주고 갈 것”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온 원용관(75)씨는 “1967년 20대 초반 동국대학생이었던 형이 해병대원으로 재훈련을 받다가 사고를 당해 이곳에 안치됐다”면서 “보훈예우수당 등 연금을 받으면서 집 사는 데 보태고 대출도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형의 목숨하고 바꾼 돈이어서 항상 받을 때마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참배객들을 위해 새벽부터 봉사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성호(61)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성동지회장은 “현충일 때마다 일찍 와서 월남전(베트남 전쟁) 참전자들이 모여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현수막 아래에서 직접 탄 냉커피를 방문객에게 나눠줬다.

추모와 참배를 마친 시민들은 각자 바람을 내비추기도 했다. 윤모(74)씨는 “어린 시절 28세 나이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뒤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국가에 신청해뒀다”면서 “유해발굴단에서 매년 발굴하려 한다는 안내 문자메시지가 오는데 올해는 꼭 찾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전 참전자 채현규(79)씨는 지난 5일 공식 승격 출범한 국가보훈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국가보훈부도 이제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된 만큼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한 국민들을 잘 대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