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구원투수 나선 권오현 부회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너지 낼까

by김혜미 기자
2016.05.01 11:45:09

삼성디스플레이, 4월29일 대표이사 전격 교체
권 부회장,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 총괄
삼성전자·디스플레이 합병설도 다시 수면 위로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부진한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은 반도체·자동차 전장 부품은 물론 디스플레이까지 총괄하게 됐다.

지난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계절적 비수기와 LCD TV패널 판가 하락 외에 신공법 적용 과정에서의 수율 악화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8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LCD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신공법 적용을 진행했고, 높은 기술 난이도로 인해 일시적인 생산차질이 발생했다”며 “2분기 중 정상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이튿날인 29일 오전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결정을 내렸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034220)가 1분기 적자전망을 깨고 3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이 내부적으로 충격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전임 박동건 사장은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계획이지만 정확한 보직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인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험을 두루 갖춘 권 부회장이 직접 부품 사업 전반을 챙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삼성전자 LCD 사업부장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고, LCD사업부와 SMD 합병 이후인 2012년 7월부터 5개월 정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맡은 적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 DS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만큼, 부품 양대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정규 인사가 예정된 올 연말까지는 최소한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을 겸직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권 부회장이 험난한 시기를 겪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몇년간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시달려왔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안후이성 허페이에 10.5세대 패널 공장을 세우는 한편 오는 2018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9인치 이상 대형 LCD패널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5위까지 밀려났다. 최근 LCD패널 가격이 반등하고 있고, 한국 업체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한 수요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중국 리스크는 여전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스마트폰 OLED 패널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매출 다변화 노력을 보여온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OLED 매출의 90% 이상을 삼성전자에 의존해왔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면적인 조직 개편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평소 관행적인 것을 싫어하고 실용성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삼성디스플레이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삼성전자와의 합병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 84.7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사회 의결 만으로도 합병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나머지 15.22%의 지분은 삼성SDI(006400)가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