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밀해진 美인텔 '파운드리' 전략…TSMC·삼성 양강 흔든다

by이준기 기자
2022.01.23 14:42:27

'24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 美오하이오에 설립…2025년 가동
바이든 美대통령 "전적으로 역사적인 투자"…인텔에 힘 싣기
美 고객들, 인텔에 몰리면…TSMC 이어 2위 삼성전자에 위협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인텔코리아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인텔은 노력하고 있다.”(팻 겔싱어 인텔 CEO) “역사적인 투자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 본토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재도전을 선언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약 7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와 3000개가량의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두 팔 벌려 환영의 뜻을 표했다. 파운드리 시장이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로 양분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측면 지원 속에 인텔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TSMC와 적잖은 격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또 하나의 위협상대를 만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3일 업계·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州)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약 1000에이커 부지에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착공 시기는 올해 말로, 2025년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인텔 측은 “부지는 모두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향후 10년간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투자 규모가 최대 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텔의 전략은 치밀하게 짜인 듯하다. 정확히 바이든 행정부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즉,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숙제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부응해주는 동시에 반대급부로 차세대 혁신제품을 넘어 파운드리 시장까지 넘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겠다는 게 인텔의 속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3nm(나노미터)까지 이어진 TSMC·삼성전자와 달리 인텔의 경우 7nm에서 멈춰 있는 등 기술적 차이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및 이로 인한 애플·퀄컴·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인 미국 기업 간 협력 등이 이어진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시장은 3파전으로 전개될 공산도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53.1%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이 17.1%로 2위다. 이어 대만의 UMC, 미 글로벌파운드리, 중국 SMIC가 각각 7.3%, 6.1%,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인텔은 지난 19일 1.8nm 공정을 위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해 TSMC·삼성전자보다 빨리 최신 장비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랜디르 타쿠르 인텔 수석 부사장 겸 파운드리 서비스 사장은 “오하이오 공장은 ‘인텔 18A(옹스트롬)’를 포함한 인텔의 최신 기술을 지원해 ‘옹스트롬 시대’를 열기 위해 설계됐다”고 했다. 옹스트롬(A, 1A=0.1nm)은 지난해 3월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서 썼던 ‘5nm’, ‘3nm’ 등의 명칭 대신 인텔이 써온 수치다.

1위 기업인 TSMC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미 애리조나주와 일본에 각각 120억달러, 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최근엔 사상 최대 규모인 400억∼440억달러(약 47조 5000억∼52조 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로선 1위 TSMC의 거침없는 질주와 후발주자인 인텔의 겁 없는 도전에 휩싸인 형국인 셈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에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市)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착공하는 등 공격적 투자로 대응에 나섰다. 경기 평택캠퍼스의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 4번째 생산라인 ‘P4’ 착공도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4년 하반기쯤이면 TSMC와 삼성전자, 인텔 간 3강 구도 속에 치열한 글로벌 고객 확보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