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화재` 형제 여전히 의식불명…기부금 3000여만원 모여

by신중섭 기자
2020.09.19 15:02:36

중태빠진 형제 모두 엿새째 의식회복 못해
형제 소식에 기부 이어져…140여명 기탁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불로 중태에 빠진 초등학생 형제가 엿새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형제를 돕겠다는 문의가 잇따르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서 라면을 끓이려다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초등생 A(10)군과 B(8)군 형제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도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 형제는 화상뿐 아니라 화재로 발생한 검은 연기를 많이 흡입해 현재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A군은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고 호흡기 부위 등의 부상이 심각해 수면제를 투여받으며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은 동생인 B군은 지난 17일 호흡 상태가 다소 호전돼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 했으나 호흡기를 뗀 뒤 재차 자가 호흡이 되지 않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이들 형제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후원을 주관하는 학산나눔재단에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140여명이 기부했다. 기부금은 1만원대 미만부터 많게는 1000만원이 전달됐으며 현재 총 3000여만 원이 모였다. 재단에 따르면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 평균 50~60건 기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재단 측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 기탁된 후원금을 모아 집행할 방침이다. `지정 기탁`은 기부자가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 기부금으로 재단 측은 기부금을 A군 형제 치료비로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불로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집에서 원격수업을 하던 중 엄마가 외출한 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