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퍼진 IPO 러쉬 “자금 확보해 석유 의존도 낮춘다”

by김무연 기자
2021.11.22 09:24:50

사우디 증권거래소 타다울, 10억달러 규모 IPO 진행
사우디 왕실, 아람코 상장하며 자국 증시 부양 힘써
UAE 국영석유사, 시추 부문 등 잇따라 상장 나서
외국인 투자자 유치해 석유 의존 낮추고 탈탄소 진행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중동 국영기업들이 앞다퉈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탈탄소 기조가 세계적인 기조로 자리를 잡으면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자국 산업 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다. 외국인 투자자를 자국 증시에 끌어들이고, IPO로 모집한 자금을 바탕으로 탈탄소 정책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증권거래소 타다울(사진=AFP)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증권거래소 타다울이 IPO에 나설 것이라 보도했다. 예상 공모가는 주당 95~105리얄(약 3만~3만3300원)로, 지분 30%에 해당하는 3600만주를 매각해 10억달러(약 1조1887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단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타다울 상장이 유로넥스트에 이어 가장 큰 거래소 상장 건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프랑스의 파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벨기에의 브뤼셀 등 유럽 3개국의 증권시장이 통합된 유로넥스트는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분리돼 상장하며 12억달러(약 1조4260억원)를 수혈했다.

앞서 타다울그룹은 상장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타다울은 모회사 사우디 타다울 그룹으로 바뀌면서 산하에 △사우디 증권거래소(기존 타다울) △증권결제회사 무카사 △증권예탁센터 에다 △사우디 경제혁신을 위한 신규 기업 와미드까지 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CNBC는 타다울 상장이 자국 금융 시장을 강화하려는 사우디의 ‘비전2030’ 계획의 핵심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타다울 그룹은 “사우디의 자본 시장 및 인프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중요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사우디 왕실은 국영 석유사 아람코를 타다울에 상장하며 증시 부양에 힘쓴 바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내년 해양 서비스, 물류, 해운 부문을 담당하는 ADNOC 로지스틱스 앤드 서비스(ADNOC L&S)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앞서 ADNOC는 지난 9월 석유 시추 부문(ADNOC 드릴링)과 10월 비료 생산 합작법인 페르티글로브를 상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국영기업들의 잇따른 IPO가 재생 에너지 개발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석유 최대 수출국인 사우디조차 탄소 넷-제로 정책에 동참한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탄소 감축은 물론 태양광 에너지 설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석유 수출 의존도가 강한 기존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자국 증시를 이용,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투자 회사의 한 고위 간부는 로이터에 “모든 석유 생산업체는 기반 시설에 묶인 자본을 재활용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