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유엔 제재 무산…복잡해진 한반도 셈법

by김호준 기자
2022.01.21 09:40:08

중러, 北 미사일 관련 유엔 안보리 제재 '거부'
비공개 회의에서 공동대응도 불발
핵·ICBM 모라토리엄 해제 시사한 北
행동으로 옮기면 中도 고민 깊어질 듯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미국이 유엔(UN)에 요청한 북한 미사일 관련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무산됐다. 대만 문제 등을 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은 북한 문제를 일종의 대미 견제용으로 활용하고 있고, 북한도 이를 핵·미사일 고도화에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을 안보리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는 미국 측 제안의 채택을 연기시켰다고 로이터·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 재무부가 지난 12일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국방과학원(제2자연과학원) 소속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자로도 지정하는 내용의 추가 제재를 요구했다.

이번 미국의 제재 요구는 새해 들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 조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들 5명에 대해 유엔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이 제안은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까지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반대가 없다면 자동으로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은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보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이날 오후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제안에 대해 보류를 요청했다.

아울러 같은 날 열린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도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 등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동대응도 불발됐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지난해 9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때 각각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도 대북 공동대응에 반대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트위터)
다만 이 같은 중국의 대북제재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ICBM 모라토리엄 철회’ 시사에 “제재와 압박만으로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긴장만 가중될 뿐만 아니라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실이 거듭 증명됐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북한의 강경 행보의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했다.

아울러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같은 날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제재 만능론’을 포기하고 실질적 조치를 내놓음으로써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고 대북 안보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옹호하며 북한이 느끼는 안보 위협을 제거할 실질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핵·ICBM 모라토리엄 조치 해제를 시사한 북한이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면 중국도 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핵과 ICBM 실험은 국제사회에서도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만큼, 중국 역시 대북 추가 제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