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에서 대문호 된 도스토옙스키의 인생

by김은비 기자
2020.07.15 08:22:41

'러시아 문학기행 1:도스토예스키 두 번 죽이다' 출간
28살에 사형선고 후 극적으로 목숨 건져
10년 동안 시베리아에서 유형생활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러시아 대문호 도스트옙스키(1821~1881)는 28세에 정치범으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는다. 처형이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도스토옙스키는 극적으로 황제의 감형 조치를 받고 목숨을 건진다. 이후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진 그는 오랜 감옥 및 노역 생활에도 생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이를 소설의 소재로 삼는다.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모두 이때의 경험에서 잉태됐다.

사형수에서 대문호가 된 도스토옙스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담은 책 ‘러시아 문학기행, 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가 출간됐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 이정식은 러시아 문학의 뿌리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왔다. 저자는 책 집필을 위해 도스토옙스키의 삶의 궤적을 찾아 수년에 걸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있는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총 7곳을 다녀왔다.

저자는 “우리 삶과 죽음, 왜 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의 문제들을 도스트옙스키라는 거울에 한 번쯤 비춰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도스토옙스키는 28세부터 38세까지를 감옥과 시베리아에서 보냈다. 4년은 족쇄를 찬 채 러시아 옴스크의 유형소에서 강제 노동으로 보냈고, 이후 5년 반은 카자흐스탄 동북부에 있는 항구 도시 세미팔라틴스크에서 강제 군 복무를 했다. 10년 가까운 긴 세월을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단련하기 위해 힘썼다



그가 수용소에서 나온 후 쓴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나는 노동이 나를 구할 수 있으며, 나의 건강과 육체를 튼튼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계속되는 정신적인 불안과 신경성의 초조함, 그리고 감옥안의 숨 막히는 공기가 나를 완전히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며 “자주 바람을 쏘이고 매일 피곤하게 하며,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것을 배우는 일, 바로 이런 것들이 최소한 내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쓴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후 쓴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도 부친 살해 혐의로 체포돼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게 될 장남 드미트리의 입을 통해 “넌 믿기지 않을 거다. 알렉세이, 지금 내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며 존재와 의식을 얼마나 갈구하는지를, 바로 이 색 바랜 담장 안에서 내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는 것을”이라 말하며 강한 생명의 의지를 드러낸다.

결혼과 연애 등도 그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4년간의 감옥 생활 후 결혼한 아내 마리야가 폐결핵으로 7년 만에 사망하자 도스토옙스키는 몇 차례 연애를 하는 데 모두 개성이 강한 여성을 만난다. 이 여성들은 후에 ‘도박꾼’의 폴리나, ‘백치’이 나스타시야,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그루센카 등 소설 속의 센 여주인공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25세 연하인 두 번째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을 한 도스토옙스키는 안나의 내조 덕에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그가 ‘죄와벌’을 완성하고 빚쟁이들을 피해 유럽 도피 여행 중 ‘백치’, ‘악령’을, 귀국 후 ‘미성년’,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안나의 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