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어주는 남자] ‘19분의 실수’로 악몽이 된 여름휴가

by조용석 기자
2015.07.21 06:30:00

해수욕장서 19분 동안 도촬하다 벌금 8백만원
음주 사고 빈번…음주운전·준강간 등 대표적
“휴가지 숙소 문단속만 잘해도 절도 예방 가능”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됐습니다.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지만 한 순간 그릇된 판단은 여름휴가를 악몽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2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이모씨. 해수욕장 어느 곳에서나 몸매를 한껏 드러낸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아가씨들을 볼 수 있어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이씨의 눈은 아가씨들의 몸매를 쫓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보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이들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이씨는 이날 오후 4시17분부터 4시36분까지 19분 동안 비키니 수영복 차림 여성들의 가슴과 엉덩이 부위 사진 36장을 남몰래 찍었습니다.

도둑 촬영의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경찰에 적발된 이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별법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울산지법은 이씨에게 벌금 800만원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습니다.

음주운전은 휴가철 단골 사고입니다. 전문가들은 “휴가철 사건·사고의 대부분은 음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지난해 8월 김모씨는 태안군 안면읍 샛별해수욕장의 한 민박집 앞에 주차된 차를 3m 가량 후진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 받았습니다. 혈중알코올 농도 0.195%의 만취상태였지만 김씨는 “오후시간이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김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벌금만 450만원을 냈습니다.

2009년 8월 렌트카를 빌려 망상해수욕장으로 놀러간 대학생 강모씨도 음주운전으로 곤혹을 치뤘습니다. 술에 취한 채 빗길 야간운전을 하던 강씨는 500m도 못가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습니다. 동승자 4명은 전치 2~3주의 상해를 입었고요. 강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상),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휴가지에서 발생한 강간범죄는 ‘준강간’ 혐의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술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경우 준강간 혐의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강간과 준강간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동일합니다.



2013년 7월 A씨는 후배커플과 이들의 지인 B씨(여)와 함께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이들과 밤새 술을 마신 A씨는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깊이 잠이 든 사실을 확인하고 강제로 관계를 맺습니다. 또 B씨의 휴대폰 등도 훔쳐서 달아났습니다.

인천지법은 2013년 11월 준강간과 절도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합니다. A씨는 피해자와 합의해 간신히 실형을 면했지만 성범죄자 낙인은 돌이킬 수 없었죠. 참고로 A씨는 이 사건 전까지 형사처벌 전과가 없었습니다.

휴가지에서는 문단속을 허술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심은 손쉽게 범죄의 대상이 됩니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사이 전국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범죄 943건 중 절도가 369건으로 39%에 달합니다.

일용직 노동자인 김모씨는 지난해 8월 경주의 한 펜션 앞을 지나가다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든 피서객을 발견합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간 김씨는 현금과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등 417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쳐 달아나다가 붙잡혔습니다.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야간주거침입절도죄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름휴가지 절도사건의 상당수는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다 발생한다”며 “문단속만 제대로 해도 절도 범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덧붙여 여름휴가는 이혼 판결문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조모씨는 결혼 5년차였던 2004년 8월 여름휴가 기간 부인에게 “협력업체 지인들과 낚시하러 간다”며 훌쩍 떠납니다. 심지어 조씨는 나흘간 연락조차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씨 부부는 2007년 갈라섰습니다.

이외에도 이혼 판결문에서는 ‘여름휴가 때 부모님 댁과 여행 중 어디를 먼저 가느냐로 다투다가 3개월동안 대화도 하지 않았다’, ‘휴가문제로 크게 다툰 후 여자 측이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등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자분들은 휴가계획에 신경 쓰시고 휴가 중에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