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지혜 기자
2019.07.17 08:17:1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16일 자택에 유서를 남긴 뒤 숨진 채 발견된 정두언(62)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오전에도 라디오 생방송을 소화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방송한 SBS 러브FM ‘이재익의 정치쇼’ 코너 중 ‘그땐 그랬지’에 출연해 정태근 전 새누리당 의원과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논의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분홍색 상의를 입고 라디오 부스에 앉은 정 전 의원은 과거 한미 FTA로 겪었던 국회의원으로서의 애환을 털어놨다.
그는 “한미 FTA 당시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망했나. 미국이 재개정을 하자고 했다. 지나가면서 반성하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면서 “모 신문에서 한미 FTA 찬성 의원 사진을 1면에 실었다. (당시) 교회를 갔더니 젊은 애들이 ‘의원님 창피하지도 않습니까?’라고 하더라. 그때 이것 때문에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음식점에 가서도 ‘나가라’는 소리 듣고 그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차분하게 논의돼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이번에 한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수진보 얘기하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방송이 끝난 후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옛 자택인 서울 홍은동의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의 부인은 이날 오후 3시58분께 남편이 자택에 유서를 써놓고 홍은동 실락공원 인근으로 나갔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정 전 의원의 시신을 발견했다. 라디오 생방송을 마치고 약 4시간 만에 일이다.
이날 정 전 의원의 마지막 방송을 함께한 정태근 전 의원은 빈소가 차려지기 전임에도 시신이 안치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정태근 정 의원은 “(정 전 의원이) 오늘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내가 어머니께 간장게장 사줘야 해서 안 된다고 했다”며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고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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