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경훈 기자
2016.08.10 08:42:4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30대 초반 남성 직장인 A씨. 그는 군 제대 후부터 성매매업소를 들락거렸다. ‘여성이 알아서 조심하겠거니’하는 생각에 콘돔은 쓰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고열에 근육통, 기침 등 독감 증상이 생겼다. 며칠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큰 병원으로 갔다.
검사결과 혈액에서 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의사는 “그나마 감염여부를 빨리 알아내 다행”이라며 “최근엔 약이 좋아져 내성 없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눌러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도 아닌데 왜 HIV에 감염됐냐’는 A씨의 질문에 의사는 “성매매 여성 중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는 새 다른 사람에게서 옮아 잠복해 있다가 A씨에게 퍼뜨린 것”이라고 답했다. 확진 후 삶을 마감할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HIV 보균 사실을 받아 들이고 약을 먹고 있는 중이다. 지난 겨울과 이번 여름 혈액검사에서 면역세포가 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기침, 발열 등 급성 초기증상 무시하고 지나가
A씨에게 나타났던 독감 비슷한 증상은 HIV 감염의 초기 급성 반응이다. 발열, 근육통을 비롯해 관절통,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피부발진 등 다양하다. 한 달 정도 앓고 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A처럼 심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는 의미다. 30~50%는 이런 급성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HIV에 감염되면 10년 정도 ‘잠복기’ 상태에 돌입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모를 뿐 면역세포는 서서히 파괴된다.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잠복기 동안에 성생활을 했다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HIV를 옮기게 된다”며 “HIV감염이나 에이즈를 단순히 ‘동성애 관련 질병’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동성애’ 아닌 ‘고위험 성생활’이 문제
질병관리본부의 ‘2014 HIV/AIDS 신고현황’에 따르면 1985년 처음 두 명이 신고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2014년에는 1191명이 신규 감염자나 환자로 신고됐다. 이중 남성이 1100명으로 여성(91명)보다 12배 많고, 연령대는 20대(367명, 30.8%), 30대(282명, 23.7%), 40대(229명, 19.2%) 순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15~19세 감염자 수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한 해 30~50명이 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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