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쇼호스트의 비밀]②제품에 스토리 입혀요

by장영은 기자
2013.01.24 09:06:04

시연은 기본 공부하고 직접 테스트까지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경기 불황으로 유통업계가 역 신장의 늪에 빠져 있다. 하지만 홈쇼핑만은 꾸준한 성장세다. 비록 경기 침체와 수수료 인상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홈쇼핑은 지난해에도 평균 10% 정도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이 이처럼 선방한 비결은 뭘까. 그 뒤에는 한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 쇼호스트들이 있다. 스타 쇼호스트들은 흔히 ‘백조’에 비유되곤 한다. 백조는 수면 위에선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수면 아래에선 부단히 갈퀴질을 한다. 스타 쇼호스트도 마찬가지다. 방송에서는 화려한 모습이지만 그들 역시 ‘억’소리 나는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늘 고군분투한다.

이애경(가운데) CJ오쇼핑 쇼호스트국내 쇼호스트 중 가장 연장자인 이애경(60) CJ오쇼핑(035760) 쇼호스트는 2년 전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딸과 함께 중앙대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고 있다. 다가올 100세 시대를 대비해 전문가로서 노인 인구를 위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평일에는 홈쇼핑에서 방송을, 주말에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강의를 듣는 ‘열혈학생’이다.

그녀의 원래 전공은 식품영양학. 하지만 쇼호스트 일을 하다 보니 자꾸 공부 욕심이 생겼다. 실제로 49세에 방송을 시작한 이후 보험판매자격증, 샵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수많은 강의와 전시회 등도 찾아다녔다. 쉬는 날이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책이며 신문 등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두 딸들도 “우리 엄마는 좀 이상하다”는 얘기할 정도다.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보물은 이런 경험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스크랩 북이다. 책이나 신문을 정독하거나 강의를 듣다가 방송에 쓸만한 아이템이 나오면 즉시 펜을 든다. 그리고 이렇게 적어둔 ‘비법’들은 반드시 숙지한다.

문석현 CJ오쇼핑 쇼호스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언론정보학을 공부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현직 쇼호스트 중에서 최초로 쇼호스트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문 쇼호스트는 “현대사회에는 워낙 정보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보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며 “상품 안에 스토리와 배경 등을 끌어내 소비자의 니즈와 잘 연결해야 구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영재(왼쪽)·김동은 현대홈쇼핑 쇼호스트
쇼호스트들이 직접 판매할 상품을 써보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이 써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가족은 물론, 지인들에게 샘플을 돌린 후 사용 후기나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임효진 GS샵(GS홈쇼핑(028150))쇼호스트는 가족들을 적극 이용한다. 그녀는 “혼자만 써보고는 나이대나 성별, 직업군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알 수가 없다”며 “쇼호스트는 절대 개인의 취향에 편중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의 상품평이나 파워 블로그와 대형마트에서도 시장 조사를 한다. 인기 프로그램과 잡지, 신문 등을 챙겨보는 것은 물론이다. 취재도 한다. 인삼을 재배하는 밭을 찾아가거나 화장품 연구소, 김치 공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외국 브랜드 CEO나 유명 박람회를 찾아 해외로 나갈때도 있다.

가전과 디지털 기기 등을 주로 판매하는 장영재 현대홈쇼핑 쇼호스트는 멀쩡한 휴대폰을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고장 낸다. 기계 제품은 기능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내구성이나 AS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또 제품을 제대로 알려면 일단 극한의 상황까지 돌려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샘플로 받은 제품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출혈도 만만치 않다. 그는 “핸드폰은 길어야 1년,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보통 10년을 쓰는 가전도 3년이면 새 제품으로 바꾼다”며 “모두 다는 아니더라도 판매하는 상품들을 어느 정도는 직접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