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칼럼]애플 카 출시가 의미하는 것은?

by이승현 기자
2021.01.02 14:22:49

[이데일리 칼럼리스트=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애플이 오는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자체 배터리를 설계하고 모듈 형태의 하청을 통한 전기차로 예상된다. 애플의 이번 발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많다.

애플은 전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시조이다. 현재의 스마트폰이 인류의 생활사에서 가장 폭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인류 최고의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언급된다. 다음 세계를 이끌 상품은 바로 모빌리티의 혁명인 ‘자율주행 전기차’다. 이번 발표는 두 번째 혁신의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알린 발표라 할 수 있다. 이번 발표로 인하여 단순히 자동차는 기존 글로벌 제작사만 만드는 것이 아닌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생활공간’ 심지어 ‘바퀴달린 휴대폰’ 개념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이번 발표로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자.

우선 전기차의 제조상 특성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경우 약 3만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제작사가 아니면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기차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부품수가 과반 정도이고 모듈 개념으로 진행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우스개 소리로 초등학생들도 배터리, 모터, 바퀴만 있으면 만들 수 있을 만큼 초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애플이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미 세계적인 아이폰도 핵심 노하우를 가지고 외주를 통해 제작하는 제품이었던 만큼 전기차도 이와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회사가 아니라도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누구나 목적에 맞게 제조해 공급할 수 있다. 테슬라 등 제작사의 배터리 자체 생산도 범용화될 것이고, LG화학에서 분리된 배터리사인 LG에너지 솔루션도 추후 상황에 따라 여건 조성이 되면 직접 전기차를 생산 판매할 수 있다. 앞으로 영역이 무너지고 시장이 중첩되는 만큼 생존경쟁은 치열해지고 약육강식의 시대가 더욱 빠르게 도래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이번 애플의 발표에서 최고 수준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아닌 중국식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무거운 만큼 큰 단점은 있으나 열에 대한 저항이 커서 화재 등 문제점은 낮은 배터리이다. 이러한 장점을 무기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외부 파우치 등의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고 모듈 개념으로 한통으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배터리를 설계하여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앞으로 나올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기 전에 당분간 주도하는 배터리이나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 등에 취약하다. 이번 발표는 아예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세 번째로 선점과 주도권이다. 결국 앞으로는 예전과 달리 급변하는 시장이고 모빌리티의 개념도 확대, 깊게 진행되는 만큼 선두 주자로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논리라 할 수 있다. 결국 애플의 강점인 모빌리티의 신경망인 알고리즘, 특히 인공지능을 주도하면서 미래형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선취하겠다는 의도도 크다.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를 움직이고 주도하는 알고리즘의 지배가 클 것이 예상된다. 애플은 이러한 점에서 가장 큰 선두 주자다. 아직은 누가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할지 주인공은 미완의 대기다. 기존의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도 될 수 있으나 자동차용 주문형 반도체 설계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한 알고리즘의 기업이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

애플의 전기차 출시 예상은 그래서 더욱 앞으로 파장이 크게 일어날 것이다. 그 파장의 끝을 누가 받고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미래의 10년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고 아직은 안개 속이다. 자동차 산업을 국가 경제의 주축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더욱 냉철하게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객관적으로 현명하고 냉철하게 내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