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결정적장면]255일만의 첫 재판, 200일만 석방…조국 부부의 그날

by남궁민관 기자
2020.05.09 11:43:57

조국, 8일 첫 공판 출석…"지치지 않고 싸우겠다"
감찰무마 의혹부터 심리…'중단이냐, 종료냐' 공방
지지자 vs 반대파 운집한 가운데 고성·몸싸움도
같은 날 오후엔 정경심 구속 연장 않기로 결정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다른 한편의 누군가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법원이 8일 오후 2시께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한 순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 앞에 운집한 시민들 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10월 24일 구속기소된 정 교수는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200일 만인 오는 10일 자정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향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후 인파를 뚫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 교수의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첫 공판기일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7일 검찰의 강제수사가 착수된 이후 255일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처음 출석한 날이다. 사실 정 교수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 순간 기쁨과 탄식이 엇갈렸던 시민들 역시 조 전 장관의 이날 공판을 위해 모였던 터다.

조 전 장관 부부에 쏠린 이목, 이번 주 서초동 결정적 장면이다.

오전 10시 재판을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법원 앞에는 취재진은 물론 조 전 장관을 응원하거나 또는 비난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 경찰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9시 41분 조 전 장관이 도착하자 사방에서 ‘와’하는 함성 소리가 터져나왔다. 지지자들은 “조국 힘내라” “조국은 죄가 없다”고, 반대파는 ‘부끄러운 조국’이라고 쓰인 빨간 플래카드를 들고 폴리스 라인을 넘나들며 “조국 머리 숙여” “조국을 오늘 구속하라”고 외쳤다.

조 전 장관의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채 그간의 소회와 재판에 임하는 각오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지난해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저를 최종 목표로 하는 검찰의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가 있었다”며 “마침내 기소까지 됐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이유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부터 저는 법정에 출석한다”며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서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 검찰과 조 전 장관 측 간 치열한 공방으로 채워졌다. 오전에는 25분 간 검찰의 공소사실 진술 및 조 전 장관 측 공소사실 인정 여부로 짧게 마무리됐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의 증인신문은 오후 6시 50분까지 이어졌다.

이 전 특감반장은 검찰 신문에서 당시 감찰이 중단되는 과정은 “통상적이지 않았다”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계속됐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자신에게 ‘유 전 부시장 괜찮은 사람이다. 정부에 도움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고, 관련해 유 전 부시장 구명운동 등으로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고도 했다.

이에 맞선 조 전 장관 측은 “민정수석은 고위 공직자 비위를 감찰하는 업무와 관련해 조사 및 감찰 착수 진행과 종결 등과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다”며 “민정수석으로서 사실관계를 통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인사조치(사표 수리)를 지시한 게 어떻게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의 무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법리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특감반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당시 자료를 미제출하고 병가를 내 잠적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중단이 아닌 종료였다는 취지다.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조국 전 장관이 첫 공판에 출석한 후, 조 전 장관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과 조 전 장관 지지자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법원을 찾은 시민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줄곧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후 2시께 돌연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법원이 정 교수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속보가 나오기 시작한 직후였다.

정 교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피고인이 도주할 가능성이 없는 점,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한 혐의 사실에 대해 증거조사가 실시 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적은 점 등을 감안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지자들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호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대파는 “석방이 무죄는 아니다”라며 야유를 보냈다. 정 교수는 지난 7일까지 12차 공판이 진행 중으로, 앞으로 공판은 불구속 상태에서 받게 될 예정이다.

향후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법원에 출석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교수는 본인의 사건 외에도 조 전 장관 사건에서 공범으로 적시돼 함께 기소된 상태다. 형사합의21부는 조 전 장관의 여러 공소사실 중 감찰 무마를 먼저 심리키로 했으며, 향후 가족 비리 심리가 본격화되면 조 전 장관 재판에 정 교수가 함께 나서는 상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