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이부진, 대 이은 화합..이유 있는 '용산 동맹'

by최은영 기자
2015.05.28 08:42:38

삼성-현대가, 면세점 연대..'적과의 동침'인 줄 알았더니
이건희 회장-고 정세영 명예회장, 미국 병상서 친분 쌓아
두 집안 대 이어 돈독한 관계 유지
정 회장 용산 토박이, 이 사장 용산구민..지역경제 살리기 나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5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범 삼성가와 범 현대가의 동맹.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012630)개발 회장의 만남은 15년 만에 빗장이 풀린 서울시내 면세점, 이를 둘러싼 대기업 간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이슈’였다.

두 회사는 지난 4월12일 합작법인을 세우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지난 25일에는 양사의 최고 경영진이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동반 참석해 신규 면세점 사업지로 정한 용산 아이파크몰을 둘러보며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전의를 다졌다.

양사가 ‘합종연횡’으로 힘을 키우며 단 두 장뿐인 면세점 티켓을 둘러싼 기업들 간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이번 입찰에는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과 뿌리가 같은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을 비롯해 롯데, 한화(000880)갤러리아, 이랜드그룹, SK네트웍스(001740)까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대거 뛰어들었다. 양사의 연대는 ‘삼성가와 현대가의 동맹’ ‘적과의 동침’ 등으로 불리며 입찰 준비 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다.

서로 다른 두 집안의 동맹에는 이 사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 회장의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인연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미국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에 입원해 있던 1999년, 정 명예회장도 치료를 받기 위해 같은 병원에 입원하며 두 집안 사이 교류가 시작됐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삼성가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호암상 시상식에 두 차례나 참석했다. 이 회장은 2005년 정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5일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신청지인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대를 이은 양가 경영인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 사장과 정 회장은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했고, 꿈을 실현할 장소로 ‘용산’을 점찍었다.

용산은 두 오너의 일터이자 생활터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용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12년 용산으로 본사를 옮겨 집무실도 아이파크몰에 위치해있다.



그런가 하면 이 사장은 용산구민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두 용산구 이태원동에 살고 있다.

두 회사의 제휴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한 최적의 ‘윈-윈(win win)’ 모델로 평가된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은 ‘입지’와 ‘면세점 운영 경험’을 각각 주고받았다.

특히 입지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설 HDC신라면세점은 KTX, 1호선, 경춘선 등이 연결되는 역사 내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관광활성화를 위한 허브로서의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관광버스를 동시에 400대 이상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주차공간이 넓어 면세점 사업의 난제로 지적받아온 ‘교통대란’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모델로 삼았다. 면세점과의 연결 시설을 개선하고 노후한 상가 개보수를 지원하는 등 침체된 전자상가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상권으로부터 환영 받는 면세점으로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 가문의 대 이은 화합, 용산 살리기의 결과는 오는 7월 중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