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대금 후려친 대우조선…공정위, 檢고발·과징금 153억

by한광범 기자
2020.11.29 12:00:00

하청 작업 시작 후에야 계약서 작성
협상력 우위 앞세워 대금 일방 통보
공정위 "업계 불공정 관행 해소 기대"

대우조선해양.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대금 후려치기 등 사내외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로 100억원대 과징금 처분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임가공·관련 부품 제조를 위탁하며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대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대우조선에 대해 법인 검찰 고발과 과징금 153억원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내 하도급업체들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며 계약서를 작업 시작 후에 발급했다.

작업 내용과 대금 등 주요 사항이 담긴 계약서를 작업 시작 후에야 작성함에 따라 186개 사내 하도급업체들은 구체적 작업 내용이나 대금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이렇게 뒤늦게 작성한 계약서 1만6681건 중 작업 시작 다음 달에 작성된 경우가 9427건(56.5%)에 달했다.

하도급업체들은 결국 작업 시작 후 대우조선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지위에 놓였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작업이 종료된 후 본격적으로 대금 협상이 시작됐다”며 “하도급 사업자 입장에선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말 그대로 대금을 후려쳐 하도급업체의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사내 하도급업체 작업에 수정 사항이 발생한 경우에도 작업 시작된 후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하도급업체에 직접 작업을 지시한 생산부서는 실제 투입한 노동시간에 근거한 추가 대금을 요청했지만 예산부서가 이를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우조선이 1471건의 수정 작업에서 일방적으로 삭감한 차액이 12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대우조선은 아울러 같은 기간 사외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부품 등의 제조 위탁 작업 중 11만1150건을 임의로 취소·변경했다.

하도급업체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었지만 대우조선은 설계 변경·선주 요구 등의 이유로 위탁 품목이 필요 없어지거나 수량이 줄어들 경우 이 같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대우조선은 위탁 취소·변경에 대해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았지만 대부분 하도급업체가 동의했다. 동의 이후에도 손실 등에 대한 협의 절차는 별도로 없었다.

육 국장은 “조선업계에선 사전 서면 발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선시공 후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이 매우 만연해 있다”며 “이미 대우조선뿐 아니라 다른 조선사들도 조사해 제재를 가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우조선의 관행적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엄중히 조치해 서면계약서 작성과 대금 결정 투명성 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