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가정의 달' 인기완구 품절·폭리에 아빠들 화났다

by이성기 기자
2016.05.05 09:03:09

터닝메카드 등 A/S 맡기면 감감무소식..수리 대신 유상교환
인기제품 품절, 폭리에 정품 대신 짝퉁 중국산 찾기도

지난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코너에 선물을 사려는 부모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전상희 기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어깨가 무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자녀가 원하는 인기 장난감은 만만치 않은 가격도 문제지만 품절되기 일쑤여서 백화점·대형마트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부모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품귀 현상에다 특수를 노린 폭리 등 비뚤어진 상술까지 더해지면서 짝퉁 중국산 제품을 찾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인기 제품의 품귀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선물을 준비하는 ‘얼리버드(early-bird)형’ 구매족도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동안 터닝메카드·헬로우카봇 K캅스·레고 등 완구 품목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시크릿쥬쥬셀카폰(5만 9000원)·터닝메카드(7만 1900원) 등은 물론 10만원이 훌쩍 넘는 넥소나이츠 포트렉스(13만 8900원)·헬로카봇(11만 9000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 애니메이션 관련 완구 상품은 유행의 변화가 빠르고 수요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물량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된 인기 상품은 ‘되팔이’(미리 다량 구매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몇 배나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암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를 둔 이모(29)씨는 “신제품인 ‘터닝메카드 그리핑크스’를 사려 했는데 벌써 다 나가고 온라인 중고몰에서 두 배 가격에 되팔고 있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인기 완구는 품귀 현상에 폭리현상까지 빚어지다 보니 중국산 짝퉁을 찾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고장이나 불량이 잦고 애프터서비스(AS)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모(35)씨는 “아들이 평소 갖고 싶어하던 레고와 비슷하게 생긴 중국산 제품을 정품의 반값에 구매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고장이 났다”며 “중국산이어서 고칠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정품 장난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변신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 제조업체인 손오공은 놀이 중 제품이 파손되면 수리 대신 유상 교환만 해주고 있다. 1만 6800원을 주고 구입한 제품이 고장 나면 구입가의 40%인 7000원을 내야 새 제품으로 교환 받을 수 있다.

6세·5세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회사원 박모(38)씨는 “지난 3월 터닝메카드 4개와 손오공의 다른 제품 카봇 1개가 고장 나서 AS를 신청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씨는 고객센터에 수십 차례나 전화를 하고 고객게시판에도 글을 올려봤지만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그는 “20만원 가까이 되는 물건인데 이렇게나 무심할 수 있느냐”고 푸념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AS센터가 한 곳뿐이라 수리를 맡기면 빨라도 4~5주 정도 걸린다”며 “판매량이 워낙 많다 보니 어쩔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수리 의뢰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뒤에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하면 품질보증기간 이내 같은 종류의 물품 등으로 교환해 주거나 환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강제력이 없어 사실상 권고안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