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타인은 지옥이다…"어르신들 지하철 '새치기' 당연한가요"

by박희주 기자
2018.07.24 08:00:10

다들 졸리고 피곤한 출근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예민함과 짜증이 극대화하는 시간이다. 이 모 씨도 그렇다. 그런데 안 그래도 힘든 출근길에 유독 이 씨를 화나게 하는 것이 있다.

출근길, 특히 1호선과 2호선, 공항철도 등은 사람이 너무 많아 서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벽에 기대서 갈 수 있다면 '나름 선방했다'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일찍 나왔던 이 씨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줄의 앞쪽에 설 수 있었다.

'오늘은 앉아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이 씨의 근처에 다가왔다. 본래, 두 줄로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아저씨는 이 씨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새치기하기 위해서였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 씨는 "두 줄로 기다리셔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저씨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자리를 뺏겼다. 이후에도 버스를 타려는 이 씨를 밀치고 타는 할머니. 이 씨가 있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아줌마 등 종종 새치기를 겪었다.

"보통 뻔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저 말고도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많은데 새치기 할 때 어깨를 툭 치고 가질 않나. 정말 짜증 나요."

새치기만큼 황당한 일은 또 있다. '어른들'이 '어린 사람'에게 요구하는 강제적 양보다. 알바몬이 대학생 7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10.5%가 지하철 꼴불견으로 자리 양보를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어른으로 꼽았다. 자리 양보를 강요 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씨도 강제적 양보를 경험한 적이 있다. "저도 사람인데 힘든 때도 있고 앉아서 가고 싶은 때도 있는 거잖아요. 그날도 그랬어요."

몸살을 앓았던 날, 이 씨는 운 좋게 자리가 나 앉아서 가고 있었다. 졸면서 가고 있던 이 씨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이 씨는 만감이 교차했다. 자신과 할아버지 쪽으로 쏟아지는 듯한 시선에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얼굴이 뜨거워졌다. 결국 힘든 몸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몰랐다"고 말하며 사과한 이 씨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혀를 차는 소리 뿐이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제가 어린 건 맞는데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의무도 아니고요. 다들 힘든데 왜 무조건 나이 많은 분들이 우선이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이해 안가요."

"그리고 연세가 엄청 있는 것도 아니고 등산도 잘만 다녀오신 분들이 양보하라고 눈치 주는 건 무슨 경우인지 참… 솔직히 자리 양보해도 고마워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데 왜 양보해야 하나요,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