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내용' 반성은 빠진 박상도의 '김준수 사과'

by양승준 기자
2015.04.24 11:41:54

가수 김준수와 박상도 SBS 아나운서(사진 오른쪽, SBS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사과 드립니다. 진행자로서 출연자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준수 씨의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응원하겠습니다. 거듭 사과 드립니다.’

행사 중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박상도 SBS 아나운서가 24일 사 측을 통해 밝힌 입장 전문이다. ‘사과 드린다’는 표현을 두 번이나 쓰며 정중하게 반성하는 듯하지만 빠진 게 있다. 자신이 한 부적절한 발언 내용에 대한 반성은 없어서다.

박 아나운서는 ‘진행자로서 출연자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란 사과만 했다. 아쉬운 지점이 있다. 어떤 말 실수를 했는지에 대한 언급 및 반성은 없고 출연자에게만 사과를 한 탓이다. 박 아나운서의 사과가 ‘출연자가 기분 나빴다니 사과한다’ 식으로 비치는 이유다.

자신의 발언에 상처 입은 사람에 대한 사과는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하기 어렵다. 시끄러우니 빨리 사태 수습부터 막자 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박 아나운서의 발언 내용이었다. 박 아나운서는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수변 무대에서 열린 고양국제꽃박람회 진행을 맡으며 축하 공연을 마친 김준수를 “다시 한번 불러볼까요? 잠깐 다시 나와서 노래를 못 부르면, 인사라도 좀 하고 가시죠”라고 했다. 문제는 다음 발언이다. 박 아나운서는“정말 가셨어요? 시간도 남는데?”라며“국회의원님 세 분씩이나 축사도 안 하고 기다리셨는데? 한류 열풍이 무섭네요”라고 했다.

이 발언은 ‘연예인 폄하’의 소지가 있다. 국회의원이 있다면 무조건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춰야 하는 게 가수가 아니다. 가수가 “시간이 남으면”아무때나 노래하는 사람도 아니다. 이 발언은 가수를 ‘딴따라’로 보는 구시대적 시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내년에 예산이 많아지면 세곡쯤 부르시겠네요”라는 말도 부적절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돈 더 주면 더 많은 곡 부르겠지’라는 식으로 말한 꼴이 돼버려서다. 김준수는 행사 주최 측과 약속된 뮤지컬 ‘드라큘라’의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를 부르고 행사장을 떠난 상황이었다.

김준수는 23일 트위터에 ‘사회자님, 누군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예의는 좀 차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나이를 떠나서 저에게나 팬분들에게나 참 무례하시는군요’라는 글을 올렸다. 김준수가 ‘나이를 떠나’ 이렇게 유감을 표명한 이유가 뭘까. 박 아나운서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