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먹]내가 먹는 작은 컵라면 소상공인에 '희망줄' 된다면

by김범준 기자
2021.02.20 12:00:00

⑥ CU-오뚜기 '희망줄라면'

거리두기에 집밥 먹는 날이 많아진 요즘. 간편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한끼 식사 어디 없을까요. 먹을 만한 HMR(가정 간편식), RMR(레스토랑 간편식)을 직접 발굴하고 ‘내 돈 주고 내가 먹는’ 생생 정보 체험기로 전해드립니다.<편집자주>

편의점 CU에서 이달 말까지 판매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희망줄라면’을 시식해봤다.(사진=김범준 기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번주 ‘내돈내먹’은 먹는 행위가 내 뱃살 말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왕이면 의미 있는 음식을 고르고 싶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영업시간과 사람들의 모임이 제한되면서 매출 감소 등 고통을 견디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라면’이 나왔다길래 구해봤다. 이름하여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희망줄라면’이다.

사실 소비자들의 식품 소비 행위는 원재료를 재배·사육하는 농가에서부터 가공·제조업체, 유통업자 및 판매자까지 많은 사람 또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말연시와 명절을 앞두고는 기업이 판매금액 일부를 지역사회에 기부 또는 환원하는 사회공헌활동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기관과 민간이 협업해 ‘특정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제품을 처음부터 기획해 출시·판매하고, 판매수익금을 지원사업에 쓰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오뚜기와 BGF리테일이 협업해 출시한 컵라면 ‘희망줄라면’. 전국 CU편의점에서 2월 한 달 동안 재고 소진 시까지 판매한다.(사진=김범준 기자)
‘희망줄라면’은 이렇게 탄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오뚜기와 BGF리테일이 협업해 ‘컵라면’ 제품을 개발하고 올해 2월 한 달 동안 전국 CU편의점에서 재고 소진 시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판매수익금은 ‘1인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사업’에 쓰인다. 이 사업은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한 1인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월 고용보험료 일부(30~50%)를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격도 착하다. 희망줄라면은 당초 개당 편의점 소비자가격을 1000원으로 출시했는데 현재 ‘1+1’으로 판매하고 있다. 1000원만 내면 희망줄라면 두 개를 ‘겟’ 할 수 있어 왠지 두 배로 기부하는 느낌이 든다. 요즘 같은 물가에 단돈 500원짜리 컵라면이 어디냐며 ‘개이득’ 기분도 낼 수 있다.

‘희망줄라면’ 개봉 및 조리 준비 모습.(사진=김범준 기자)
구성은 간단하다. 컵라면 포장 비닐을 제거하고 은박 뚜껑을 개봉하니 유탕면과 분말스프 딱 두 개로만 이뤄져 있었다. 건더기는 따로 스프처럼 포장하지 않고 유탕면과 함께 곱게 노출된 채로 종이 용기에 담겨져 있다.



스프와 용기 내 표시선까지 끓는 물(370㎖)을 부으니 매콤 알싸한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찌른다. 새로 나온 라면을 먹을 땐 항상 몇 분간의 끓는 물 조리 시간을 기다리며 이 건 어떤 맛일까 기대하고 상상해보곤 한다.

어느덧 4분이 지났다. 컵라면 은박 뚜껑을 제거해주니, 노랗게 잘 익은 라면이 빨간 국물과 함께 영롱한 자태를 드러낸다. 먹음직스럽게 김도 모락모락 나고 파와 소고기 건더기도 두둥실 떠오른다.

조리 완성한 ‘희망줄라면’ 모습.(사진=김범준 기자)
왠지 모르겠지만 라면은 나무젓가락으로 먹을 때 더 맛있는 것 같다.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 나무젓가락 대신 주방에서 요리할 때 쓰는 다회용 기다란 나무젓가락을 꺼냈다. 긴 젓가락은 잡는 손맛도 있다.

먹기 좋게 젓가락으로 마저 라면을 흐트러트리고 한 젓가락 떠서 먹어본다. 매콤한 국물 맛이 라면 면발에 잘 뱄다. 여느 일반 라면처럼 면발은 쫄깃 부드럽게 씹히며 미끄러지듯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면발에 밴 매콤한 국물의 맛은 이미 느꼈지만, 온전한 국물의 맛과 풍미를 즐기기 위해 컵라면을 들고 한 모금 마셔본다. 코끝을 찌르는 국물 향은 막힌 코가 뻥 뚫릴 정도로 강렬하다. 국물 색도 짙게 빨갛다.

‘크~’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맛있게 매콤하고 개운하게 얼큰한 맛이다. 육개장처럼 소고기 육수 맛과 풍미가 느껴진다. 맵기 정도는 개인적으로 신라면과 진라면 매운맛보다 조금 더 매운 느낌이다.

희망줄라면의 나트륨 함량은 1770㎎으로 일반 국물형 유탕면류 평균함량(1730㎎)과 비슷한 수준이다.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은 각각 0㎎이다. 총 내용량 95g의 열량은 430㎉다.

‘희망줄라면’에 기호에 따라 슬라이스 치즈를 넣어 즐겨도 좋다.(사진=김범준 기자)
슬라이스 치즈를 한 장 넣어주면 어떨까 싶어 도전해본다. 기호에 따라 치즈나 우유를 취향 껏 첨가해 먹으면 매우면서도 고소한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김치도 마저 곁들여주면 개운한 감칠맛도 살려준다.

순식간에 국물까지 남김 없이 희망줄라면 한 개를 ‘완(完)컵’했다. 여운이 남은 듯 입맛을 다시며 마저 한 개 더 먹어치울까 잠시 고민해보지만 뱃살을 생각해 잠시 미뤄둔다.

다 먹었으면 곧장 소파에 눕는 게 진리. 누워서 배를 쓰다듬으며 몰려오는 식후 포만감과 함께, 나의 이런 소소한 행복 추구 행위가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더 따뜻하고 꽉찬 포만감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