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재산보다 빚이 많아, 상속포기 가능?

by강경래 기자
2020.10.31 13:47:14

[김·탁·채의 상속과 세금]은 법무법인 태승 The 스마트 상속 김예니 변호사, 채애리 변호사가 연재하는 상속 관련 소송부터 세금, 등기까지 상속 문제 전반에 관한 칼럼으로, 상속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그려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법무법인 (유한) 태승 김예니 변호사]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아닌 상속포기를 통해 상속 재산을 받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

이상속 씨는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상속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이상속 씨는 사업이 잘되지 않아서 큰 빚을 지게 됐고 전 재산으로 빚을 갚았지만 다 갚을 수 없었기에, 상속을 받아 봤자 그 재산을 모두 빚 갚는 데 써야 할 것이어서, 괜히 아버지가 평생 일군 유산을 본인 빚 갚는데 사용하는 것은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상속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채권자인 은행에게 판결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상속 씨는 이러한 상황을 형제들에게 설명하고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 그런데 형제들은 이상속 씨가 상속포기를 한 날에 아버지 상속재산인 아파트를 이상속 씨를 제외하고 다른 형제 두 명이 법정상속분 비율에 의해 상속받는 것으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고 이 아파트에 대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이상속 씨의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됐다.

그런데 은행은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던 이상속 씨가 공동상속인들인 형제들과 사이에 이 사건 상속재산 중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행한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인 은행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상속 씨 형제들에게 상속받은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이상속 씨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상속재산을 받지 않기로 상속포기를 한 것은 채권자인 은행에 대해 사해행위가 돼 이상속 씨는 상속포기를 할 수 없는 것일까?

채무초과 상태에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재산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어

이상속 씨의 채권자인 은행이 이상속 씨의 형제들에게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를 한 근거는 이상속 씨가 상속재산을 받지 않기로 다른 형제들과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한 것이 이상속 씨가 자신의 재산을 줄여 채권자인 은행에게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데 있다. 이와 같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하며, 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사해행위를 취소시키고 채무자의 재산을 회복할 목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상속 씨 사건에서 은행은 이상속 씨가 상속을 받지 않는 것으로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했으며, 이것이 은행에 대한 사해행위가 된다면서, 이상속 씨 형제들이 마친 상속재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청구를 한 것이다.

우리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인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사해행위 취소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상속 씨가 형제들과의 사이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몫을 받지 않기로 협의했다면, 이는 상속개시로 이미 발생한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법률행위를 통해 포기하는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채무초과 상태라도 상속포기는 가능해

그런데, 공동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재산을 받지 않기로 하는 것과는 달리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청을 통해 상속재산을 받지 않기로 하는 것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이 신고가 수리되면 해당 상속인은 상속개시시로 소급해 상속인이 아니게 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분할협의에서 이미 상속이 개시돼 자신이 상속인으로서 받기로 되어 있는 상속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속 씨 사례에서는 이상속 씨가 이미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나머지 상속인들과 이상속 씨가 상속인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것이므로, 이상속 씨가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한편, 법원에 신청해 상속포기를 하면 해당 상속인은 원래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되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감소시켰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속포기는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에서 채권자인 은행은 이상속 씨의 형제들에게 청구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