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예전만 못하네..백화점 특수 '이상 신호'

by민재용 기자
2015.05.05 11:37:52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국내 백화점의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특수’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들이 올해도 백화점의 매출을 올려줬지만, 성장세가 예년에 비해 크게 꺾였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인 지난 1일부터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의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지 않은 성장률이지만, 문제는 추세다. 2013년과 지난해 성장률은 각각 135%, 118%씩으로 매년 두배씩 늘었다. 올해 성장률은 반토막이 난 셈이다.

▲롯데백화점 노동절 기간 중국인 매출 신장률 추이(단위:%, 자료:롯데)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노동절 중국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91.3%에서 올해 58.1%로 낮아졌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의 중국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83%에서 올해 58.4%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요우커 매출 신장률이 둔화된 것은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세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 연휴에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에 37% 늘었고, 지난해 증가율은 65.3%에 달했지만, 올해는 20.6%에 그칠 것으로 한국관광공사는 추산했다. 대신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국을 제치고 주요 관광지로 부상한 배경에는 엔화 가치 하락이 놓여 있다. 지난해 7월 1000원을 육박하던 엔화는 최근 800원대까지 급락했다. 일본 여행 비용이 그만큼 싸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 대신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엔저가 국내 유통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1인당 돈을 쓰는 규모인 객단가 감소도 매출 신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춘제 기간 (2월 18~22일) 본점의 중국인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6만원으로 지난해(65만원)보다 14% 감소했다. 2013년(9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8%나 줄어들었다. 노동절 중국인 1인당 객단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을 2~3회 방문하는 요우커는 쇼핑에 그리 큰돈을 쓰지 않는다”며 “필요한 물품만 알뜰하게 사가는 실속형 소비의 증가도 객단가 감소의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요우커들이 앞으로 몇 년이나 한국을 찾아올지 의문”이라며 “요우커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방법도 다변화활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