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회서 첫 공적 추모제…與野 진상규명·재발방지 약속

by이수빈 기자
2023.02.05 13:06:09

국회 '10.29 이태원참사 국회추모제' 열려
野 "국가는 국민 생명에 무한 책임져야"
與 "정부와 여당, 사회적 참사 책임 있다"
유가족 "공식 분향소 설치해달라"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첫 공적 추모제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유가족들은 정부과 국회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합동 분향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주최하고 국회 생명안전포럼이 주관하는 ‘10.29 이태원참사 국회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 상인 등이 참석했다.

행사 주관을 맡은 국회 연구단체 국회 생명안전포럼의 우원식 대표의원은 우선 “이태원 참사로 인해 국민 모두가 아팠고 지금도 아파하고 있기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추모제를 열어드리는 것이 남은 이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며 경과를 보고했다.

그는 “오늘 추모제는 국가기관 최초의 공적 추모제라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더욱 추모와 위로만으로 끝나지는 않아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필요한 제도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평범한 누군가의 엄마 아빠였던 유족들은 차가운 길 위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됐다”며 “단지 내 아이가 왜 어떻게 생명을 잃었는지 알고 싶다는 유족들의 애절한 소망은 오늘도 메아리 없는 대답일 뿐”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가는 과연 그날 무엇을 했는지 국가는 참혹한 아픔 앞에 어떤 책임을 졌는지 밝힐 책무가 우리 정치에 있다”며 “국민과 유족이 우리에게 부여한 그 소명을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이 자리에 대통령이 직접 와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이를 꼭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와 집권여당은 사회적 참사의 무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발언을 마치자 추모제 참석자 일부가 ‘각성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안전을 지키지 못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며 “최소한의 도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에게도 “무책임한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도 인선 실패를 통감하고 유족 앞에서 제대로 사과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발언도 있었다.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어제(4일) 가까스로 (시청광장에) 허름한 분향소를 차렸다”면서 “내일(6일) 1시까지 서울시에서 천막을 철거하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그는 “그 천막, 저희가 철거할 테니까 국회와 정부와 서울시에서 국화꽃과 카네이션으로 단장된 합동 분향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저희의 조촐한 천막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저희는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이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며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모제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유가족이 요청한 합동분향소 설치에 대해선 “의장께서 정부나 서울시를 설득해보자고 말씀하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시와 긴밀하게 상의해주십사 얘기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종철 대표가 ‘제2의 참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결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런 것을 막는 것이 정치와 행정의 역할”이라며 “결코 저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거기 따른 대책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강은미 정의당 의원, 오영환 민주당 의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우리의 다짐’을 낭독했다.

이들 의원들은 다시 한번 “우리는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그리고 희생자 추모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모아 재난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제도, 정책을 개선하는 데 앞장 서겠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우리 국회가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다짐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의장도 살피고 노력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