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빠가 그리고 딸이 글 입힌 '따뜻한 그림에세이'

by윤종성 기자
2020.10.30 06:20:01

통영, 아빠의 바다
김무근·김재은|52쪽|플랜씨북스

신간 ‘통영, 아빠의 바다’ 표지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대기업에서 퇴직 후 60세에 찾아온 하반신 마비. 그림 한 번 그려본 적 없는 아빠가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에 내려가 붓을 들었다. 기자 출신의 딸은 아빠가 그린 그림을 모아 온라인 전시회를 열었고, 둘이 쌓아온 이야기를 그림에 덧댔다. 출판을 몰랐던 딸은 책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며 책을 냈다. 아빠가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말갛고 고운 빛깔의 그림 안에 아버지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50년간 잊지 못했던 고향의 맛부터 어린시절 동무들과의 유쾌한 추억, 아내에 대한 사랑, 돌아온 고향 동네와 이웃들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까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가 편안하게 이어진다.



통영 운하, 학창시절 등굣길 해저터널, 봉평동 앞바다의 조개잡이 배, 미수동 빨간 연필등대와 착량묘, 미륵사 입구와 강구안에서 바라본 동피랑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통영의 풍경 명소를 만나보는 재미도 있다. 통영에 대해 이토록 애정어린 책이 또 있을까. 수필가 호원숙은 “딸의 기획, 아빠의 그림, 그림에 어울리는 깊고 따뜻한 이야기. 다음에 통영에 갈 때는 이 책을 챙겨 가리라”는 소감을 보내왔다고 한다.

저자 김재은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 학교도, 제 일도, 일상도, 모든 게 멈춘 상황에서 문득 ‘아빠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데..’란 생각이 번쩍 들었다”며, 책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정감어린 수채화 그림에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듯 포근한 책이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부녀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신간 ‘통영, 아빠의 바다’ 저자인 김무근 씨(오른쪽)와 딸 재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