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중문화 인물론①]김미화론(金美花論)-"웃기다 자빠졌네"

by윤경철 기자
2008.12.22 15:06:27

▲ 김미화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웃기다 자빠졌네.’

방송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코미디언 김미화는 코미디 사랑 때문에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쓰겠다고 종종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실제 벌어지지 않을 듯 싶다. 땅이 좁아 화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묘비명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세월이나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고 싶은 바람, 혹은 의지의 발로다.
 
동시에 그녀는 우리사회가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관대하지 않음에 곧잘 안타까움을 나타내곤 한다. 하지만 올해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행동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는 이런 것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우리시대 진정한 연예인으로 평가받는 그녀는 특히 올 한해 누구보다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라디오에서는 손석희 못지 않은 논객으로, 브라운관에서는 문화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회자로 이름을 날렸다. 또 재즈가수(?)로 명함을 내밀었고 각종 사회봉사단체의 홍보대사로도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매력은 여기에 있지 않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성장한다는 데 있다. 그녀의 성장 과정은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배울 점이 많다. 때문에 김미화에 대한 이론과 성공 키워드는 남다른 가치가 있다.


김미화가 평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그건 무슨 말이죠?'다. 그녀는 모르는 것을 묻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김미화 정도급의 연예인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는 사실 쉽지않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대접 받으며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화의 강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부족함을 알기에 누구보다 많은 것을 채우려 노력한다.
 
그녀가 '그건 무슨 말이죠?'라고 되묻는 또다른 이유는 청취자나 시청자들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데 급급한 반면 그녀는 청취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질문이 많아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모른다고 해서 그녀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성공한 스타지만 김미화도 빛을 못보고 오랜기간 무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 역시 초창기에는 시련이 많았다. 특히 상당수의 PD들이 TV형 얼굴이 아니라며 그녀를 캐스팅 하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자신을 배신한 적이 없다. 그녀는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TV형 얼굴이 아니다” “너는 조금 아닌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툭툭 던져도 자신에 대해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때마다 “나는 정말 될 사람인데 저 PD가 나를 못알아보는 거야. 꼭 갈고 닦아서 진짜로 이 시대를 이끌어 갈 훌륭한 코미디언이 될 것”이라고 자신에게 믿음을 줬다. 자만심과는 다른 이런 믿음은 그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노력을 하게 하는 기폭제가 됐고, 지금의 김미화를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그녀는 후배들에게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또한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시간이 상당히 좋은 시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뜨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무명의 시간을 여유있게 즐기라고 충고한다.



김미화는 자신은 계획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별히 뭘 하고 싶거나 계획적으로 살고 있지도 않다. 다만 하루하루를 그냥 열심히 살 뿐이다.
 
그녀가 재즈를 하게 된 것도 재즈하는 친구들이 집에 찾아왔고 그 친구들과 함께 뭉쳐서 새로운 걸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시사 프로그램 역시 자신에게 맡겨졌기 때문에 열심히 한 것 뿐이다고 말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매일매일 열심히 살다보면 그런 것들이 모여서 또 하나의 발자국이 된단다. 이렇듯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 일종의 보약과도 같은 힘을 안기기도 했다.
 
김미화는 마흔을 넘기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세상을 열심히 사는 가운데 새로운 기운을 받았고, 그런 것들이 뭔가를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열심히 살면 나이를 잊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60, 70대가 되어도 재미있는 할머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신처럼 살다보면 인생은 스스로 어떻게 개척해서 즐기면서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나이가 들었다고, 어리다고 해서 뭔가를 하고 못하는 것은 아니란다.


김미화는 예전부터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뭔가를 자꾸 잊어버리다보니 좋은 글귀가 있거나 자신이 기억해 두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메모부터 하기 시작했단다. 메모하는 습관은 동시에 일기를 쓰게 만들었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걸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메모가 길어졌고, 일기가 되더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그녀가 일기를 쓰는 또다른 이유는 남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일기로 써놓고 돌이켜보면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절로 웃음이 나와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