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벤처 사장님..대학가 창업열풍

by이정혁 기자
2012.11.09 09:18:48

앱시장 급성장에 창업 도전 대학생 급증
저자권 문제 등 준비 철저해야 실패확율 줄어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한국의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가 목표입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학가에 벤처 창업 바람이 거세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올해 상반기 30세 미만 신설 법인수는 총 169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3%(321개) 늘었다.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대학생 벤처 사장님’ 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김영호(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4) 말랑스튜디오 대표는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누구에게나 가장 필요한 앱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에 벤처기업을 세우게 됐다”며 “지금 당장 큰 수익은 없지만 몇년 안에 제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대표로 있는 말랑스튜디오는 최근 알람 앱인 ‘알람몬’을 선보였다. 알람몬은 다양한 캐릭터를 이용해 알람소리를 낸다. 일례로 토스터기 알람은 토스터기에 들어간 빵이 다 타기 전에 손잡이를 내려야 알람이 꺼진다. 이처럼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알람과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50만 회가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김 씨는 알람몬을 만들기 위해 김경연(숭실대학교), 김경록(한국외국어대학교), 강진석(단국대학교), 박지연(중앙대학교), 이기헌(수원대학교) 등 컴퓨터 분야 실력파 대학생 5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삼고초려’ 끝에 영입, 벤처기업을 차렸다. 말랑스튜디오는 현재 125만명인 회원 수를 내년 상반기까지 50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아래 대학생 직원 2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8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앞서 수능 관련 앱을 내놓은 대학생 벤처 사장도 있다. 대구한의대학교 의료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임영락 씨는 최근 8년간의 수능 기출문제와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실시된 전국 시도교육청 모의고사 문제(56회분)를 담은 ‘카카오 수능’을 선보여 수험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 앱은 단순하게 문제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같은 반 친구, 교사 등과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임 씨는 다른 학교 친구 2명을 끌어들여 벤처기업 포켓몬을 만들었다. 임 씨는 “전국 고등학생과 재수생을 모두 합치면 200만명이나 되는 데다 이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개발했다”며 “중소기업청 예비기술사업자로 선정돼 5000만원의 사업비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기발한 기획력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대학생 벤처기업은 스마트폰 이용자 3000만명 시대와 맞물리면서 순항 중이다. 온라인 소개팅 전문 사이트 ‘코코아북’을 만든 벤처기업 에이프릴세븐은 성균관대학교와 한양대학교 학생 2명이 만들었다.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광고를 보고 간단한 퀴즈만 풀면 일정 액수가 적립돼 통신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폰플’도 서울대 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처럼 대학생 벤처 창업이 붐을 이루자 대학들도 앞다퉈 제2의 빌 게이츠 발굴에 힘을 쏟는 추세다. 건국대, 서강대, 숭실대, 한양대 등 주요대학은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벤처창업경진대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벤처 창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계획과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대학생들이 벤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지만 성공사례에만 주목하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벤처 창업에 앞서 아이템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고 다른 개발자와 저작권 문제로 충돌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