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철근 대란' 가격 하락에 숨통…불안 요소 남아

by박순엽 기자
2021.07.15 08:35:06

국내 철근 유통가 t당 105만원, 5주 연속 내림세
계절적 요인에 생산량 늘어나…한 달 90t 생산
인상 요인 남아있어 여전히 공급 부족 전망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철근 대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공 행진을 벌이던 철근 가격이 연이어 하락하며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혹서기·장마철이라는 계절 영향으로 건축 공사가 중단하면서 철근 시장이 비수기를 맞았고, 주요 철강기업들이 철근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계절적 비수기가 끝나고 철근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어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최근 국내 철근 유통가격 (자료=철강업계)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t당 105만원으로 전주 대비 2.8% 하락했다. 지난 3월 초부터 계속 상승해 5월 말 t당 135만원까지 치솟았던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지난달 11일 전주 대비 1.5% 떨어진 이후 5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건축업계는 철근 유통가격이 하락한 이유로 계절적 요인을 꼽는다. 여름철 혹서기와 장마철엔 건축 공사가 더뎌지면서 철근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서도 해당 시기를 건설용 철강 제품의 유통가격이 내려가는 전통적 비수기라고 본다. 또 최근 1~2달 사이 비가 자주 내린 탓에 공사가 지연돼 현장에 철근 재고가 쌓인 상황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요 철강기업들이 최근 생산을 늘린 점도 가격이 하락한 요인 중 하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강업체들의 올 5월 철근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3% 증가한 90만 5000t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생산한 61만 2000t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 생산량이 5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업계에선 지난 5월 사고로 2주간 멈췄던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다시 생산을 재개하면서 6월 생산량은 더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절에 따른 비수기는 일시적 요인인데다가 올해 초 가격이 오른 원인이 여전히 남아 있어 철근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근에 사용하는 철 스크랩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철근 수입 물량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수출용 철강 제품에 관해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완전히 폐지했는데, 이 때문에 중국산 철근 수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 국내 아파트 공사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철근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국내 아파트 분양 물량과 철근 내수 시장의 규모는 1~2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2015년 이후 줄어들던 분양 물량이 2019년부터 반등했는데, 이는 철근 수요가 올해부터 증가해 내년 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제강사의 철근 제품. (사진=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