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4대책은 '주택거래 멈춤대책'

by황현규 기자
2021.02.08 06:00:00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특단의 조치’ ‘획기적’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 등 정부와 정치권, 대통령까지 나서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번째 공급대책이 드디어 나왔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예고만 한 달 넘게 했던 바로 그 대책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가 지난 4일 수도권에 61.6만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9호선 석촌고분역 인근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2·4대책의 핵심은 공공주도로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000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은 공공직접 정비사업으로, 역세권·준공업·저층주거지역은 공공주도복합사업으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패스트트랙으로 5년 내 부지를 확보하고 가급적 빠르게 짓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대신 집 지을 땅이나 기존 집을 가진 소유자(조합원)들은 이익의 일부를 무주택자에게 공유하자는 취지다.

83만가구·공공주도·이익공유·빠른 추진 등 이전 공급대책과 차별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장은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재건축 조합은 물론이고 재개발 지역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장 주택거래를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일인 4일 이후 예상지역에 주택을 사더라도 분양받을 자격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예를 들어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던 지역에 아파트 또는 빌라를 샀는데, 이후 그곳이 공공주도 사업지로 지정된다면 시세보다 못한 보상금을 받고 쫓겨나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집을 사려던 사람도, 팔려던 사람도 거래를 멈출 수밖에 없는 형국이 돼버렸다. 사업이 추진된다하더라도 이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주민들은 사업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이는 “과도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항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많은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대책이 목표만 있고, 구체적인 대상지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26만 가구를 공급한 신규택지를 수도권에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디가 대상이 될지 알 수가 없다. 지방(22만호)은 아예 어떤 식으로 부지를 확보할지 계획조차 없다. 일부 지역구 의원들의 요구로 뒤늦게 일부 내용을 끼워넣기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은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본인들이 설정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누군가의 권리를 무시하고 빼앗는 등 무리수를 둔다면 개발우선주의였던 1970~80년대와 다를 바 없는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