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배우자 때리고 가두고 강간해도 1% 안 되는 구속률"
by이성기 기자
2021.09.22 11:15:31
5년간 가정폭력사범 25만명 중 구속 단 2000명(0.8%)
가해자 79% 남성, 폭행·상해 80%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이 범죄 반복하게 만들어"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최근 5년 동안 가정 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힌 사람이 25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폭력 행사가 주된 유형이었고, 가해자의 약 80%는 남성이었다. 배우자·가족을 때리고 상해를 입히더라도 이들 중 불과 0.8%만이 구속됐다. 처벌받지 않는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경찰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범죄를 반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 검거 건수는 22만 843건으로, 같은 기간 검거 인원은 25만 4254명으로 조사됐다.
연 평균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2016년에는 5만 3511명, 2017년 4만 5264명, 2018년 4만 3576명, 2019년 5만 9472명, 2020년 5만 2431명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112신고 건수 대비 검거 건수다. 5년간 112신고 건수는 125만건이 넘지만 실제 검거 건수는 22만여건(17.6%)에 그쳤다. `아무 일도 없다``부부싸움을 했다`는 식의 가해자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말을 믿고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정 폭력 유형별로는 폭행·상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범죄 유형을 보다 세분화(5개→8개)한 전체 가정폭력 사범 20만 743명(2017년~2020년) 중 폭행·존속 폭행으로 붙잡힌 사람은 12만 7759명으로 6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배우자·가족에게 상해·폭력 행위를 휘두른 사람도 전체 가정폭력사범의 18%(3만 6656명)에 달했다.
5년간 가정 폭력으로 형사입건된 25만 4254명 중 구속된 사람은 2062명에 불과했다. 폭행하고 상해를 입히고, 감금하고 강간을 하더라도 단 0.8%만이 구속된 것이다.
최근 5년간 전체 가정폭력 사범(22만843명)의 79%는 남성(20만228명)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0%(7만 6364명)로 가장 많았고, 30대 24%(5만 9992명), 50대 23%(5만 8572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도 연 평균 700여명이 가정폭력 가해자로 붙잡혔다.
이 의원은 “가정폭력 발생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하며, 경찰 또한 초동대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가족 간 분리 조치와 함께 추가적인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정 폭력 위험 가정과 우려 가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