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틸리, 대한항공 첫 통합우승 이끌고 V리그와 작별할 듯

by이석무 기자
2021.04.17 16:59:02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V리그 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대한항공 점보스 대 우리카드 위비의 5차전 경기. 통합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로베르토 산틸리(56·이탈리아) 대한항공 감독이 대한항공을 구단 첫 통합우승으로 이끈 뒤 V리그와 작별할 전망이다.

산틸리 감독이 이끈 대한항공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24-26 28-26 27-25 25-17)로 눌렀다.

이번 시즌 V리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까지 3승 2패로 이기면서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프로배구 ‘최초의 남자팀 외국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산틸리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최초의 외국인 감독 첫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까지 세웠다.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 사령탑에 부인한 뒤 유럽 스타일의 빠른 배구를 접목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라이트 임동혁, 리베로 오은렬, 센터 진지위 등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하면서 팀을 더욱 발전시켰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젊은 유망주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임동혁은 산틸리 감독이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외국인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공격수로 부쩍 성장했다.



대한항공과 1년 계약을 맺었던 산틸리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국 무대를 떠날 전망이다. 산틸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과 전략과는 별개로 지나치게 승부욕이 강하다보니 다소 도발적인 항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배구를 무시한다는 타 구단의 비판도 이어졌다. 대한항공 구단에서 조차 산틸리 감독에게 과도한 항의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새 외국인 감독 영입에 무게를 두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해왔다. 아시아 배구 경험이 있는 프랑스 국적 감독 등 여러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산틸리 감독도 여러 해외리그에서 영입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틸리 감독은 이날 5차전을 앞두고 “오늘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그리워질 것 같다”며 “오늘 이 순간이 삶에서 가장 멋진 순간인 것 같다”고 말해 V리그와의 작별을 암시했다. 또한 “오늘을 위해 그동안 준비했고, 셀 수 없는 시간을 투자했다”며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챔프전을 치르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훈련을 해왔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카드는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신영철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철 감독은 2018~19시즌 처음 우리카드 지휘봉을 잡은 뒤 매년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지난 2019~20시즌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도중에 중단되기는 했지만 구단 역사상 첫 정규리그 1위를 일궈냈다.

이번 2020~21시즌에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치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