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솔의 전자사전]SK하이닉스, 파운드리 확대위해 '키파운드리' 다시 품을까

by배진솔 기자
2021.05.15 11:35:26

13일 박정호 부회장 "파운드리 생산능력 2배 확대"…M&A 시사
키파운드리, 매그나칩 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최근 팹 증설도
청주 유휴 공간 활용·美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 등 새 M&A 거론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밀려드는 반도체 수요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확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업체(IDM)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SK하이닉스도 미미했던 파운드리 사업부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M&A 시나리오를 가정해보겠습니다.

키파운드리 청주본사 (사진=키파운드리)
키파운드리, 생산 능력 확대중…SK하이닉스 품으로 가나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 발표 회의’에서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월 약 10만장 수준입니다. 이를 20만장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인데요.

가능한 시나리오는 △키파운드리(구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활용 △청주 유휴 공간 활용 △새로운 M&A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키파운드리 활용이 가장 유력하게 손꼽힙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이미 한차례 파운드리 시장성을 눈여겨보고 키파운드리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3월 사모 운용사들이 키파운드리 팹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49.8%를 출자했는데요. 매각 가격은 총 4억3500만달러(약 5300억원)입니다.

매그나칩반도체가 원래 옛 하이닉스반도체에 있다가 매각된 기업인데 다시 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 기술력과 생산 라인 확보를 위해 인수에 참여한 셈입니다. 이때문에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청주 팹과 키파운드리 팹은 거리상으로도 매우 밀접해 통합하기에도 용이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8인치 장비를 현실적으로 사들이기가 어려워 신규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리려면 기존에 매각했던걸 다시 사들일 수밖에 없다.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키파운드리는 현재 미국, 대만 등 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이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나 올해 청주 팹의 유휴 공간을 이용해 캐파(생산능력)증설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키파운드리는 ‘8인치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부터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증설 작업이 끝나면 캐파는 10% 가량 늘어 기존 월 8만2000장에서 9만장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키파운드리 관계자는 “파운드리 호황으로 키파운드리 매출도 지속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주 유휴 공간 활용…‘글로벌 파운드리’ M&A설 다시 도나

다음 청주 유휴 공간 활용입니다.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부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 사업도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고객사 물량에 맞춰 청주에 있는 공장을 중국 우시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당초 내년까지 이설을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고객사 요청에 따라 절차에 속도를 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유휴 공간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도 손에 꼽힙니다.

새로운 M&A에 나서는 방향도 있습니다. 2019년 일각에선 SK가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AMD의 반도체 제조 부문이 분사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하지만 이미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SK하이닉스가 기업가치가 200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르는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