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하나씩만 사도 1만원…설 차례상 장보기 무서워요"

by김은비 기자
2024.02.03 13:30:00

정부, 10대 성수품 가격 전년比 2.6% 낮다지만
사과 13%·배 20% 급등…소고기·돼지고기는 내려
실제 체감은 달라…"간소하게 장 봐도 30만원"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100억 추가하고 공급 확대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부산에 사는 주부 이모(58)씨는 최근 설을 앞두고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과일 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할인을 한다고 찾아갔는데 제수용 사과가 3개에 1만 8000원에 달했고, 그나마 저렴한 것도 5개에 1만 6000원 정도였다. 김씨는 “1년에 한 번있는 설날에 오랜만에 자식들도 고향에 오니깐 맛있는 걸로 먹이고 싶은데 과일은 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최대한 상차림을 간소하게 하려고 장을 봤는데도 30만원이 훌쩍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고민은 이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 카페에서는 설 앞두고 제사상 장보기가 무섭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안그래도 가파르게 오른 먹거리 물가에 장볼때마다 집었아 내려놨다 고민을 하는데, 설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면서 물가가 더욱 오를거란 우려에서다. 세종에 사는 한(38)씨는 “이번에는 제사상에 올릴 배와 사과는 하나씩만 구매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도형(왼쪽부터) 해양수산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설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수급상황을 점검차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우성태 농협 농업경제대표,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설 전(前)10대 성수품 소비자가격은 1년 전보다 평균 2.6% 낮다. 하지만 사과 10개 가격은 2만7025원으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배 10개는 3만 3217원으로 20.7%나 급등했다. 이 외에 △배추 1포기 3125원(4.6%) △밤 1kg 6056원(2.6%)의 가격도 지난해보다 올랐다.

반면 △무 1개 1537원(-17.0%) △소고기(등심) 100g 9591원(-1.8%) △돼지고기(삼겹) 100g 2314원(-6.5%) △닭고기 1kg 5629원(-1.0%) △계란 30개 5891원(-11.3%) △대추 1kg 1만6607원(-0.1%) 등의 가격은 내렸다.



문제는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은 이와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설을 3주 앞두고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8만 1500원으로 지난해보다 8.9%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비용은 38만 58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35.2% 비쌌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5.8% 늘어났다.

또 과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농산물은 15.4%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을 0.59%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달(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이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4.4% 올랐다. 신선 과실은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16개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성수품 공급 확대, 할인 지원 정책 등을 밀착 관리해 16개 설 성수품의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며 “가격이 높은 사과·배 등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100억원 추가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