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은 좋은데 고용은 왜?..GDP 착시효과

by최정희 기자
2018.06.20 08:10:29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1분기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의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광공업 생산내 제조업 생산증가율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4월까지 전년대비 증가율 평균 값이 마이너스(-) 3.2%다. 왜 차이가 날까. 경제성장률은 좋은데 그 만큼 고용이 따라주지 않은 이유도 GDP만으로 경제를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일 보고서에서 “똑같이 제조업의 성장률을 계산하더라도 GDP와 광공업 생산이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며 양 지표가 차이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2009년부터 가중치를 매년 바꾸는 연쇄지수 방식으로 GDP를 계산하고 통계청 역시 올해부터 광공업 생산 지출을 고정지수에서 연쇄지수로 수정했는데 이렇게 고정지수 방식에서 연쇄지수 방식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GDP와 광공업 생산간 괴리가 생겼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한국은행은 지난해 명목GDP를 가중치로 쓴다”며 “가령 전기전자 산업은 2016년에 명목값으로 GDP의 6.8%였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해 2017년에 8.2%로 계산되면 전기전자 산업의 물량증가율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10%로 변화가 없다고 해도 지난해에는 GDP 성장에 0.68%포인트 기여한 것이 되지만 올해는 0.82%포인트로 기여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물량이 더 증가한 것도 아닌데 성장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통계청은 광업 및 제조업 조사를 통해 해당 품목의 생산량을 가중치로 쓰면서 GDP와 광공업 생산 지표간 차이가 벌어진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가중치를 명목GDP로 사용하는데 명목GDP에는 물량과 가격이 합산된 개념이라 가격 변화만을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통계청 역시 명목GDP와 같은 개념인 명목 부가가치 금액을 가중치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량만 따져 가중치를 계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센터장은 GDP성장과 고용 증가간의 괴리에 대해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기업 이익은 증가하고 이에 따라 GDP성장률도 상승하지만 고용은 증가하지 않게 된다”며 “기업이 돈을 벌었으니 고용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돈을 번 산업들은 전체 산업에서 취업유발계수가 가장 낮은 업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GDP는 우리 경제의 일부분만 보여주니 GDP만 보고 경제를 판단해선 안 된다”며 “반드시 광공업 생산과 취업자수 증감을 같이 봐야 우리 경제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