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존재 자체로 '완소'인 나..'다름'도 아름답지 않나요

by윤종성 기자
2020.09.10 06:20:01

성소수자의 10대 성장기 담은 실제 이야기
세상 편견 맞서 내면의 자아 찾는 과정 그려
조권·신주협, 화려한 퍼포먼스·보컬 인상적

뮤지컬 ‘제이미’ 공연 장면(사진=쇼노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공연예술경영전공 주임교수] 처음 뮤지컬 ‘제이미’(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의 국내 제작 소식을 접했을 때 이 따끈따끈한 웨스트앤드의 신작에 대한 기대 만큼이나 우려도 컸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드랙 퀸(drag queen)이 전면에, 그것도 성인이 아닌 10대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떤 배우가 제이미를 연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2011년 B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제이미: 16살의 드랙 퀸’의 실제 주인공 제이미 켐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세상의 편견에 맞서 내면 속에서 빛나는 자아를 당당하게 찾아가는 고등학생 제이미 뉴의 특별한 이야기를 따듯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게이 문화와 밀접한 영미권 뮤지컬의 특성상 많은 작품에서 크고 작게 동성애 코드가 드러나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작품은 2005년 초연한 ‘헤드윅’이었다. 국내 초연 당시에는 주연을 맡았던 배우들에게 쏠렸던 큰 관심에 비해 캐릭터에 대한 조명이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아쉽기도 했지만, 이후 ‘헤드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라카지’, ‘킹키부츠’, ‘베어 더 뮤지컬’ 등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차례로 소개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객들의 수용 폭도 점차 넓어졌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2020년 국내에 소개된 두 편의 신작 ‘제이미’와 ‘펀홈’은 작품의 결은 다소 다르지만 가족 안에서 성장기의 동성애 이슈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작품들이다.

2017년 영국 셰필드에서 초연을 거쳐 웨스트앤드로 자리를 옮겨 공연 중인 ‘제이미’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 속에 흥행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1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로도 제작이 진행 중이다. 작품의 소재와 메시지만큼 창작진의 조합도 전형적이지 않다. 록 그룹 ‘더 필링’의 멤버인 댄 질레스피 셀스(Dan Gillespie Sells)가 작곡을, TV에서 주로 활동해 온 극작가 톰 맥크레이(Tom MacRae)가 대본과 가사를 맡았으며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조나단 버터렐(Jonathan Butterell)이 연출을 담당했다. 세 사람은 영화작업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 투어 공연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제이미’의 국내 공연에서는 이미 여러 편의 뮤지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조권과 신주협, 그리고 그룹 아스트로의 MJ, 뉴이스트의 렌이 1대 제이미로 눈도장을 찍었다. 제이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아낌없이 사랑하는 엄마 마가렛 역에는 최정원과 김선영, 제이미의 멘토이자 지지자인 휴고 역에는 최호중과 윤희석, 언제나 제이미 편인 레이 이모 역에는 정영아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조권이 화려한 퍼포먼스로 제이미의 통통 튀는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면, 필자가 관람한 신주협은 기대했던 대로 안정적인 보컬과 연기는 물론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우는 에너지를 뽐내며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아직은 가장 가까운 세상의 혐오와 편견 앞에서 흔들리는 소년 제이미가 내면까지 단단한 어른 마가렛, 휴고, 레이와 연기하는 장면마다 보이는 섬세한 케미는 뮤지컬 ‘제이미’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국내 프로덕션에서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라이브밴드와 심설인 연출, 이현정 안무가 등이 참여해 나무랄 데 없는 무대를 이끌어냈다.

얼핏 보기에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특이함에 가려 특별한 진짜 가치를 놓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이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나는 ‘나’일 때 가장 빛나고, 그 자체만으로 ‘완전 소중’ 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만큼 누군가의 다름도 특별하다는 것.

뮤지컬 ‘제이미’ 공연 장면(사진= 쇼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