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못올리는 ‘소맥’…하이트진로, 주가도 ‘급브레이크’[윤정훈의 생활주식]

by윤정훈 기자
2023.03.11 15:19:44

소주·맥주 가격 통제 하이트진로 주가에 단기 악재
한달간 주가 11.07% 하락하며 ‘지지부진’
하이볼 등 위스키 인기에 주류 판매 성장률 더딜 듯
매출 상승폭 적지만, 작년 파업 기저효과로 이익 대폭 개선 전망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주류명가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올들어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위스키·와인 등 다양한 주류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음주문화에 판매량 증가가 힘든 상황에 정부에서 가격 인상 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좌)와 ‘제로슈거 진로’(사진=하이트진로)
맥주가격 인상 제동…주가 상승도 제동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1달간 11.07% 하락했다. 연초부터 쏟아진 ‘식당 소줏값 6000원’ 우려에 정부가 가격 실태조사 등에 나서면서부터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맥주에 적용되는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주세(酒稅) 방식을 재검토하겠다며 업체도 원가인상을 출고가에 반영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이트진로는 당장 소주·맥주 가격의 인상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가격을 올릴수 없다는 뉴스에 주가에 악재가 된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하이트진로는 4만원을 넘어섰지만, 엔데믹이 된 지금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당시는 ‘테슬라(테라+참이슬)’ 열풍이 불만큼 인기였고, ‘노재팬(일본불매)’ 분위기에 일본맥주 판매까지 급감했기에 가능했다.

일품진로와 진로토닉워터(사진=하이트진로)
하이볼 등 위스키 인기…시들해진 ‘소맥’

정부의 가격 인상 통제가 단기 악재라면, 주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 △맥스 △S라이트 △스타우트 등 맥주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엔데믹에 테라가 식당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홈술’ 시장에서는 추가 성장의 여지가 줄었다.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어 얼음과 함께 마시는 하이볼 시장이 커지면서 맥주 시장의 역성장 가능성이 커졌다.

소주 시장에서는 저도주 경쟁이 벌어지면서 부동의 1위 참이슬의 점유율이 위협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005300)의 ‘처음처럼 새로’가 제로 열풍을 타고 5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병을 돌파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서다. 하이트진로도 ‘제로슈거 진로’를 출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저도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분간 소주 시장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증류주에 관심이 커지면서 잘되는 요인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작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67% 성장하며 증류주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하이볼 트렌드에 하이트진로의 진로토닉워터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이볼 시장의 제일 큰 수혜자가 ‘토닉워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이트진로 최근 1년 주가 현황(사진=구글주식)
일회성 비용 제거…이익 성장 가능성↑

하이트진로 주가의 단기 낙폭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작년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훼손된 만큼 올해는 성장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주가 목표치를 현재 가격의 40~50%인 3만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증권가의 예상영업이익인 2300억원에 PER 10.35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일회성비용 집행이 있었던만큼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출은 소폭 성장하겠지만, 손익 개선폭은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