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집념이 만든 일본 정통 위스키

by김태현 기자
2015.11.28 07:30:00

‘다케쓰루 17년산’과 다케쓰루 마사타카 닛카 위스키 창업주 (사진=닛카위스키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위스키하면 대부분 스코틀랜드가 원산지인 발렌타인이나 맥켈란 등 블랜디드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를 떠올리겠지만, 위스키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다.

피트의 독특한 향을 즐길 수 있는 아일랜드의 아이리쉬 위스키부터 옥수수를 주재료로 만들어 단맛이 특징인 미국의 버번 위스키, 깨끗한 물을 원료로 깔끔한 맛을 선보이는 캐나다의 캐나디안 위스키 등도 전 세계 위스키 마니아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우리한테는 생소하겠지만 일본 위스키도 전 세계 5대 위스키에 이름을 올릴 만큼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닛카 위스키의 ‘다케쓰루 17년’은 ‘월드위스키어워드 2015’에서는 블렌디드 몰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07년 이후 벌써 7번째 수상이다.

사실 아시아에서 위스키를 생산하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본만이 위스키를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 생산하고 있고 대만 같은 경우에는 내수를 겨냥해 소량만 생산한다.

한국도 1980년대 처음 국내 위스키 원액 양조장을 세우고 생산을 시도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 불과 5년여 만에 위스키 사업을 접었다. 위스키 원액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만큼 장기간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기엔 재고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위스키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시체제에서 값비싼 위스키를 만들어 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산토리 창업주 도리이 신지로의 집념이 지금의 일본 위스키를 있게 했다.

특히 다케쓰루의 위스키에 대한 집념은 무시무시할 정도다. 다케쓰루는 24살의 나이에 단신으로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유학을 떠났다. 2년 뒤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도리이와 손을 잡고 1923년 야마자키에 증류소를 만들고 1929년 첫 위스키 ‘산토리 시로후다’를 선보였다.

그러나 산토리 시로후다가 세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자 두 사람의 의견이 충돌했고 평소 정통 스카치 위스키를 만들고 싶어했던 다케쓰루는 결국 도리이와 이별한다.

다케쓰루는 스코틀랜드와 비슷한 자연환경 그리고 좋은 물을 얻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아다녔고 훗카이도에 증류소를 세웠다. 그리고 위스키 숙성에 필요한 기간인 5년 동안 운영자금을 얻기 위해 과즙 음료 제조까지 병행하며 위스키 생산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후 버블 시기 수입 위스키들의 공세 등으로 회사가 적자에 빠진 상황에서도 품질 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이런 노력이 일본 위스키가 세계 5대 위스키로 인정받는 원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