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동료 “장윤정, 후배 폭행 교사…거부하면 저 또한 왕따”

by장구슬 기자
2020.07.23 07:44:14

故 최숙현 동료들, 팀 주장 장윤정 폭행 폭로
“선배라는 게 부끄러워, 지금이라도 죗값 받길”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고(故) 최숙현(23)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동료들이 경수지청 트라이애슬론팀 주장 장윤정 선수의 폭행을 폭로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김규봉(오른쪽)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장윤정(왼쪽) 경주시청 전 주장이 정회가 선언되자 회의장을 나가 승강기에 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지난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철인 3종 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최 선수의 동료들이 출석해 장 선수에게 피해를 당한 사실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은 “장윤정이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사실이 어이없다. 정말 뻔뻔하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 선수의 강요로 다른 후배 선수를 폭행해야 했던 A씨는 “장윤정이 별것도 아닌 이유로 제게 각목을 가져와서 다른 선수를 때리라고 지시했다. 때리지 않았다면 저 또한 왕따를 당하고, 심한 폭언과 폭행을 당했을 것이다. 정신이 피폐해질 때까지 사람을 괴롭히고 고통을 느끼도록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일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면서 “(장윤정이 폭행 혐의 등을 부인하는 것이) 어이가 없고, 뻔뻔하다고 생각하다. 믿고 따랐던 선배라는 점에서 부끄럽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지난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장 선수가 최 선수의 멱살을 잡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윤정이 멱살을 잡는 경우가 많아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새벽에 육상 훈련을 하던 중 최숙현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런 행위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최 선수의 동료 B씨는 “(장윤정은) 자기 기분에 따라서 선수를 대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폭행을 일삼았다. 후배들은 잘못이 뭔지도 모른 채 죄송하다고 해야 했다”며 “경주시청팀은 장윤정의 주도로 돌아갔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장윤정이 꿈에 나오면 악몽이라고 생각할 만큼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피해자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며 “(장윤정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난다.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출석요구에 불응한 장윤정은 지난 5일 경주시체육회에 제출한 3장짜리 자필 진술서에서 “두 얼굴의 안주현 운동처방사에게 속았다. 나는 최대 피해자”라며 안 씨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안 씨가 ‘네가 가해자 1순위’라며 술을 먹이든 뭘 하든 최숙현의 휴대전화를 바다 깊이 버리라고 시켰다”면서 “본인은 (최 선수를) 때린 적도 괴롭힌 적도 없어, 떳떳하고 이해가 안 됐다”고 진술서에 썼다.

한편 경주시청 소속 선수 및 관계자로부터 폭행과 폭언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모친에게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는 가해 혐의자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 장윤정 선수, 김도환 선수,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를 지목했다. 지난 13일 안씨가 구속됐으며, 21일 김 감독도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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