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기후변화 피해자 청년층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by최정훈 기자
2020.12.02 06:25:00

이동근 한국기후변화학회장 인터뷰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1.5도 올라…2050 탄소중립도 아쉬워”
“기후변화, 가해자와 피해자 달라…청년층 무력감에 ‘기후우울증’ 극심”
“기후변화 정책에 청년 목소리 담겨야…뒤처진 연구분야도 확대 필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먼 미래의 일이라 느껴지던 기후변화 위기가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엔 우리나라의 이례적으로 길었던 집중호우뿐 아니라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한여름 미국의 폭설, 호주 대형 산불 등으로 인해 일반인도 기후위기 징후를 직접 목도했다. 이에 학계뿐 아니라 정치와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동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이동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평균 1도 정도 올랐는데 이 상태로 이어진다면 2100년엔 4도 정도 오를 것”이라며 “그러면 인류가 멸종위기종이 된다”고 전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가 비가역성, 즉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북극의 얼음이 얼고 녹고를 반복하는 균형이 이미 깨졌기 때문이다.

이 학회장은 이에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이른바 탄소중립으로도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없고 늦출 수만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 시계를 보면 현재 추세로 2030년에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올라간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채택한 지구 기온 상승 제한 기준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면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한 2도 상승과 비교해 확고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2100년을 기준으로 해수면 상승 폭은 2도보다 1.5도에서 10㎝ 더 낮아져 천만 명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2도 상승 시 10년에 한 번꼴로 여름철 북극 해빙이 완전 소멸하지만 1.5도 온난화에서는 100년에 한 번으로 빈도가 줄어든다.

이 학회장은 이에 탄소중립이 2030년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 선언도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은 2도 가량 오를 수 있다”며 “지구 온도가 올라갈수록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힘든 취약계층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홍수부터 산불, 산사태까지 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 의사결정자와 정치권 대부분이 기성세대로 기후변화 취약계층은 아니라며 앞으로 직접적 피해자가 될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가가 청년들이 위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해도 정치나 의사결정권자들이 귀담아듣지 않아 양치기 소년이 되기 일쑤”라며 “최근에서야 선언한 탄소중립도 사실 몇 해 전부터 전문가들이 이미 얘기했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청년층에게는 자신들의 위기의식을 의사결정권자들이 무시하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는 이른바 `기후 우울증`이 극심하다는 설명이다. 이 학회장은 “기후변화 문제의 핵심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다는 점”이라며 “지금 청년층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기후변화 위기의 문제를 지적해도 지도자들이 들어주지 않아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젊은 세대에게 기후변화는 생존이 달린 핵심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기후변화 관련 정책 등을 만들 때는 반드시 청년의 목소리가 담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외국에서 약 30년간 진행된 연구도 우리는 이제 7~8년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후변화 관련 연구도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