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세대출 회수' 기준은 왜 KB시세인가요?
by황현규 기자
2020.06.24 06:13:05
규제지역 지정은 ‘한국감정원 시세’ 기준
그런데 대출 규제는 ‘KB시세’ 적용
2억대 공릉동 아파트, KB시세 적용하면 3억 넘어
‘입맛대로’ 규제에 수요자 반발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정할 때는 ‘한국감정원’의 3개월 주택가격 변동률을 기준으로 한다.”(국토교통부)
“대출 제한을 결정할 때는 ‘KB국민은행 리브온’(KB)과 한국감정원 중 시세가 더 높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금융위원회)
6·17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대폭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이 줄어든 가운데, 규제 담당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시세 기준이 달라져 일관성 결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은 한국감정원 주택 가격 변동률을 기준으로 삼지만, 이렇게 결정된 규제지역의 대출제한은 KB와 한국감정원 시세 중 더 높은 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KB 시세가 한국 감정원 것보다 높은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서울 도봉구 공릉동 대아아파트(전용면적 54㎡)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이 이파트 시세는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2억8750만원이다. 하지만 KB시세로 보면 3억 500만원이다. 무주택자가 7월 중순 이후 공릉동 대아아파트를 산다면 시세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한 전세대출을 반납해야 한다. 6·17 부동산대책으로 다음달 중순께부터 기존 전세대출이 있는 사람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3억 초과 아파트를 살 경우 전세 대출을 토해내야 하는데, KB의 시세가 더 높아 이를 기준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무줄’ 시세 활용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1번의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국토부가 하는 규제는 감정원 통계를, 금융위가 하는 대출규제는 KB시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각 부처가 ‘제 입맛’에 맞는 통계기관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국토부는 올해 초 ‘KB시세 기준으로 서울 중위가격이 9억원이 넘었다’는 보도에 대해 “호가가 반영된 가격이며 민간업체의 통계”라고 항변한 바 있다. 일부에선 “국토부가 KB시세를 믿지 못하면서, 대출 규제 기준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은 금융위 소관업무라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규제 기관들이 제 입맛대로 기준을 정하는 사이, 실수요자들의 한숨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