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도 안되는 공공임대 비율…"적어도 15% 돼야"

by장영락 기자
2020.08.05 06:55:00

열린민주 김진애 "공공임대 비율 15%는 돼야"
공공임대 주택 비율 OECD 평균에도 못미쳐
영국·프랑스·오스트리아 등 복지국가들 높은 공공임대 비율 유지
경실련 "8.4 공급대책도 판매용 아파트 위주, 투기수단 전락할 것"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증세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추가 공급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 공공임대 비율이 “부끄러운”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진애 “불로소득 환수해 공공임대 늘리자”

김 의원은 4일 국회 부동산 관련 입법 토론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상정된 종합부동산세 증세안 등을 옹호하면서 세금을 투입해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선진국이라면서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0%에 못미친다. 부끄럽지 않느냐”며 “적어도 공공임대 비율이 15%에 이르게 해야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측에서 재원 문제를 지적하자 “여러분들이 종합부동산세 열심히 거둬주셨으면 진작에 지을 수 있었다”고 비꼬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공공임대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고가아파트에 산들, 부동산값이 올라도 문제가 없다”며 “다만 세금만 열심히 내라. 불로소득이 있으면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게 해달라. 그렇게 해서 세금이 모이면 공공임대주택에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개발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해 주거약자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다면 고가 아파트가 거래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정책이 ‘불로소득’ 발생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반드시 필요함도 역설했다. 김 의원은 “땅에 돈을 박아놓고, 땅짚고 헤엄치기, 돈놓고 돈먹기 하는 일이 벌어지면 열심히 살겠다는 의욕이 사라지고 국민 분노만 높아진다”며 “부동산 개혁은 사회안정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한 상품 주택.. 선진국들 공공임대 공급으로 대처

김 의원 지적대로 한국 주택 시장은 공공임대 비율이 낮고, 임차인 보호 정책이 부족한 데다 전세계 유일한 선분양 제도 등 상업목적 주택 건축을 지나치게 장려하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프랑스 등 많은 유럽 선진국에서 여러 형태의 공공임대주택(social rental housing)이 투기 억제 효과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값싼 판매용 주택 공급보다 공공임대 비율을 늘리는 것이 시장 안정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가입국의 공공임대 비율 평균은 8%로, 한국은 7.2%에 그쳐 평균도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 공공임대 주택 재고 비율은 올해에야 평균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토지 공공성에 기반해 영구임대, 초장기임대 등 다양한 형태로 임대주택 공급에 신경을 써왔던 유럽 복지 국가들의 경우 공공임대 비율이 크게 올라간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프랑스가 15% 안팎의 공공임대 비율을 기록하고 있고, 덴마크나 오스트리아처럼 복지체제가 좀 더 강화된 나라에서는 비율이 20%를 넘어선다.

국토가 좁고 인구규모가 다소 작은 네덜란드의 경우 공공임대 비율이 35%를 넘는다. 이밖에 아일랜드, 핀란드, 폴란드 등 한국과 소득 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국가들도 공공임대 비율은 우리보다 높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줄기차게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이유도 판매용 주택 중심의 공급으로는 투기를 억제하고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4일 나온 주택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지금의 집값 폭등은 결코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며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경실련은 현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오른 현실을 지적하며 “지금의 신도시개발은 서민주거안정으로 포장된 공기업과 건설업계의 먹잇감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급물량으로 발표된 26만호도 70%가 판매용 아파트라 “투기세력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실련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지난 10년 동안 500만호의 새 주택이 공급됐으나 이 중 260만호가 다주택자들의 사재기로 투기 물량으로 전락한 사실을 들었다. 개발이익환수 장치를 제대로 손봐 불로소득 추구 행태를 막고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지 않으면 현 정부 공급책은 ‘투기꾼 배불리기’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선진국이라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경우 공공임대 비율이 한국보다 낮아 나라마다 주택 정책을 위한 환경이 다른 점은 고려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같은 현실을 인식해 공공임대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토부는 올해 초 자료를 내 직접 공공임대 공급 증대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전국의 무주택 임차가구 수가 지난 2018년 기준 870만에 달하고,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이 등 OECD 평균인 8%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달성하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도 1평 미만의 쪽방촌 등 최소한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주거지가 존재하는 상황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