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朴 이어 ‘대권’ 朴… 박용진 노림수는

by이정현 기자
2020.11.18 06:00:00

갑작스런 대권 도전 시사, ‘체급 상승’ 노리나
민주당 내에서도 좌파… “이승만·박정희 재평가” 파격 행보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세대교체 넘어 시대교체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공개된 연세대 강연에서 한 발언이다. 애초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최근 들어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현재의 대권 양강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몸담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 색채가 강한 인사로 분류된다. 초선이었던 20대 국회에서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삼성저격수’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비리 유치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해 인지도를 높였다.

대권 도전을 시사한 이후에는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이념에서 벗어나 좀 더 실용적이고 정치적으로 파격적인 행보도 보인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이 대통령은 여러 과오가 많은 분이고, 박 대통령 역시 군사 독재, 반 인권은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다”고 재평가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비판하자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가 평소 소신”이라고 반박했다. 진영논리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진영을 초월한 박 의원의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는 체급을 높이기 위한 초석으로 해석한다. 역시 97세대인 박주민 의원이 8·29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뛰어오른 게 예다. 이낙연 대표 및 김부겸 전 의원과 경쟁해 3위에 머물긴 했으나 17.9%를 득표해 2위 김 전 의원과 3.5%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벌였다. 뒤늦은 출마였던데다 경쟁주자들이 ‘호남’과 ‘친노’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치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