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해초와 타액으로 범벅…‘제비집’<24>

by전재욱 기자
2021.01.16 09:00:00

금빛제비집 中 명나라 시기부터 즐기던 고급식재료
바닷가 절벽에 해초와 타액으로 지은 서식지
단백질과 아미노산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꼽혀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칼새목 칼새과에 속하는 금사연.(사진=두피디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청나라 황실 후궁 서태후가 1986년 받아든 서른한 번째 생일상에는 제비집 요리가 일곱 가지 올랐다. 스물네 가지 요리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제비집으로 채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제비집은 귀한 식재료였다. 그런데 이를 주재료를 돋보이기 소스를 만드는 데 썼다. 평소 그의 사치스러움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제비집은 중국 명나라시절부터 음식재료로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칼새목 칼새과의 금사연(金絲燕)이 지은 집을 일컫는다. 흔히 금빛제비라고도 하는 이 새는 따뜻한 바닷가에 서식하면서 절벽에 집을 짓고 산다. .주 서식지는 중국 남해에 맞닿은 광둥 성과 푸젠 성이다.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도 주로 둥지를 틀고 산다

금사연은 식용 해초와 자기 타액(침)을 섞어서 집을 만든다. 생선뼈도 부재료로 쓰인다. 일반 제비가 진흙과 지푸라기를 써서 집을 짓는 것과 다르다. 서식지가 바닷가인지라 점토와 짚을 구하기 어려우니, 주변에 흔한 것을 되는 대로 갖다가 지을 수밖에 없다. 서식 환경에 적응해 터득한 생존 기법일 수 있다.

금사연 제비집은 중국에서 연와(燕窩)라고 부른다. 연와에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인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과거 중국에서 황제를 비롯한 부유층이 제비집을 즐기기 시작한 것도 보양식이라는 인식이 자리한 영향이 있다. 호사가들은 서태후가 동안 외모를 유지한 비결로, 청나라 황제 건륭제(1711~1799)가 88세로 장수한 이유로 이들이 제비집을 즐긴 덕을 꼽는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5월자 지구촌리포트에 소개한 내용을 보면, 베트남에서 이뤄진 연구결과 제비집에 18가지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모두 신체에 필수 요소라고 한다. 아스파르트산, 세린 등이 주로 담겨 있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베트남 현지에서는 제비집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19가 만연하자 제비집이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은 결과다. 현지에서는 제비집이 폐를 보호하고 바이러스와 독감 면역을 키우는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돈으로 10만~25만 원에 시가가 형성돼 있는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리포트는 전한다.

제비집은 비싸기로는 손꼽히는 요리다. 이름깨나 있는 호텔 식당에서 고급 요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다. 공급이 달리니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양식에 성공해 상업용으로 다루기도 한다.

제비집은 단순히 비싸서 잘팔리는 게 아니다. 맛을 알고 먹는 이들은 “제비집은 맛이 없기 때문에 일품”이라고들 한다. 맛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맛이 없다(無)는 의미다. 그래서 삭스핀이나 해삼 등과 같은 식재료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