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유예 종료…장기물 금리 하방 압력 본격화"

by고준혁 기자
2021.08.03 08:16:44

KB증권 분석
올해 美 10년물 1.2% 안팎서 하향 안정화 전망
"경기 모멘텀 둔화·델타 확산·스탠딩 레포·부채 유예 종료 등 원인"
"재무부, 무이표채 발행 줄이고 이표채 늘릴 수 있으나 제한적"
"이미 초단기시장 유동성 풍부해 무이표채로 흡수해야 하기 때문"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의 부채한도 유예 종료가 미국채 장기물 금리에 하방 압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KB증권은 하반기 전망과 그 이후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2% 수준에서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경기 개선 모멘텀이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델타 변이와 함께 오히려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7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에서 스탠딩 레포 기구(SRF) 도입으로 미 국채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며 부채한도 유예 종료도 금리 하락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28일(현지시간) 진행된 7월 FOMC에서 스탠딩 레포 기구가 도입됐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물을 담보로 받고 단기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을 말한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앞두고 장기물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는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스탠딩 레포 덕에 대규모 장기물 매도세가 나오지 않게 돼 금리가 급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채권 가격이 내리면 금리는 상승한다.

이와 더불어 임 연구원은 부채한도 유예가 종료되는 점도 장기물 금리가 오르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1일을 기점으로 미국 정부는 부채한도를 초과했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의회가 한도 조정을 하기 전까지 현금과 특별 조치로 버텨야 한다.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멈추는 동안 시장엔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하락하는 것이다.



특히 초단기물 금리는 부채 한도 유예 종료 전부터 하방 압력을 받았다. 초단기물인 무이표채(Bills)의 발행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매달 국채와 MBS 등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 완화를 지속해 시중에 현금이 넘쳐나면서 연준의 역레포(Reverse REPO) 기구엔 사상 처음 1조달러가 넘는 자금이 쌓였다.

중장기물에 해당하는 이표채(Bond&Notes) 금리 또한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부가 초단기물인 무이표채 발행량을 줄이는 대신 중장기물인 이표채 발행량을 늘리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워낙 초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단기물을 발행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장기물 가격 상승 및 금리 하락이 불가피한 것이다.

임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8월 1일부로 부채한도 유예가 연장되기 전까지 차환을 위한 채권만 발행할 수 있는 가운데, 국채 발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표채는 5~7월 발행했던 9900억원에서 8~11월 만기 도래 규모 5175억원을 감할 시 4725억달러로 줄어들 게 된다”며 “물론 8~11월 만기 도래 무이표채가 2조8000억달러로 더 큰 규모인 만큼, 무이표채 발행량을 줄이고, 이표채의 발행량을 전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문제는 초단기자금 시장에 이미 무이표채 발행량이 감소하며 유동성이 풍부해 무이표채 발행을 통해 해당 유동성을 축소해야 하는 필요성 탓에, 발행량을 축소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표채의 발행량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