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실패가 주는 교훈

by류성 기자
2020.08.01 09:06:05

박정수 교수의 현미경 '스마트팩토리'

[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4차 산업혁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making invisible visible) 인공지능(AI)과 콘텐츠 융합 혁명이다. 인공지능이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들은 대체로 가상의 이미지다.

보이지 않는 것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의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독립된 것도 아니다. 아마도 인간이 목격하게 될 인공지능은 콘텐츠와 융합하여 다양한 분야에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제조산업은 이미 전환점에 와 있다.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빅데이터 관리기술을 활용해서 모든 의료 기록을 분석해서 희귀병도 정확히 판명한다. 인간이라면 실수할 수 있는 부분도 완벽에 가까운 판단을 해낸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 할 수 없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했지만, 발달한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 가늠할 수 없는 위험을 지닌 채 기업가들의 무한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데이터 크기로 생각해보자. 현재 기가바이트 단위가 사용되고 있지만 곧 테라바이트가 일상이 될 것이며, 페타바이트(Petabyte), 엑사바이트(Exabyte), 제타바이트(Zettabyte)에 도달할 것이다.

더 큰 이슈와 문제는 뭔가가 대량으로 생성되고 그 모든 것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그 뭔가의 양적인 특성보다는 질적인 특성이 바뀐다는 것이다. 미래의 성장은 모든 것이 혼돈스럽고 뒤섞인 곳에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 팩토리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 준비되어야 한다. 아디다스(독일)는 7월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스피드 팩토리 기술을 아시아 공장 두 곳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의 스피드 팩토리는 내년 4월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신발 제조업체인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스마트 팩토리”의 대표적이며, 선도적인 사례로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실패”가 스마트 팩토리의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는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스마트 팩토리는 하나의 기술이나 솔루션이라는 측면보다는 ‘제조업의 미래비전’ 또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향점’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아디다스의 이번 조치가 실패로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아디다스가 축적한 많은 경험과 데이터는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고, 또 다른 전략으로 이를 활용해 재도약을 이루어 낼 수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본격적으로 소개된지 몇 년 지나지 않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따라서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그 와중에 이뤄진 ‘스마트 팩토리의 실험’ 가운데 하나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스마트 팩토리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며, 여러 분야의 복잡한 기술이 맞물려 돌아가는 보이지 않는 융합기술이다.

일각에서는 전통 제조업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을 경우 결코 호의적일 수 없다고 반문한다. 현재 방식은 고객의 니즈와 불편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더딜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급부상한 비대면 현상은 기존 제조 산업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온택트(On-tact)의 초연결성으로 개인화되고 있는 고객과 시장에서의 협력업체들을 포함한 생태계와 연계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개념의 일부분인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와 제품의 가치사슬(value chain) 측면에서 디지털 혁신에 대한 품질(Quality), 원가(Cost), 납기(Delivery)에 대한 생산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시키는 데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점점 개인화되고 있는 시장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개인화 고객층을 중심으로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소비성향(Trend)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트랜드로 제조업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소비의 축으로 등장하면서, 이전 세대보다 자기애(愛)가 강하고, 주관적이며 적극적인 표현으로 여론을 모으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은 비대면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공급자 중심 시장원리로는 더 이상 경쟁우위의 지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우며, 가까운 미래에는 공급자의 존재감마저도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요자 중심 맞춤형 시대를 준비해야 할 분명한 이유이다.

아래 그림은 린 생산의 JIT(Just in Time적기납품)과 스마트 팩토리의 FIT(Fit in Time적기맞춤)에 대한 비교 설명이다.

출처: 박정수 성균관대 대학원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교수


공급망관리(SCM)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치나 이익의 총량은 같으나, 서로의 역할과 능력, 기능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진다. 건전한 공급망 체인은 지속적으로 발전 및 유지가 가능할 때 성장을 한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원가경쟁력, 품질경쟁력, 속도경쟁력, 유연한 생산경쟁력, 그리고 건전한 거래 등에 의해 존재한다.

그러나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볼 때 가치 및 이익 지대가 수반이 되지 않는 제품군을 가진 공급망은 유행이나 추세가 끝났을 때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므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여 공급망(SCM)과 제조현장의 “생산 대응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 설계가이며 ‘분류의 역사’의 저자인 알렉스 라이트(Alex Wright)는 인간의 유전자에는 분류를 하고자 하는 속성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분류라는 행위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소통했으며,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인류는 그리스 도서관에서부터 중세 암흑시대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컴퓨터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해왔다.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 위해서는 사용자가 인식하기 쉽도록 정보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보 ‘분류’를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다. 이러한 작업을 정보 구조화(Information Structurization)라고 부른다. 그 내용은 계층 구조, 계열 구조, 그리고 네트워크 구조가 있다. 정형 데이터든, 비정형 데이터든 구조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의 정보관리 분야와 기술은 단순히 이 모든 역학관계를 다루는 과제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보 관리자는 정보관리의 모든 자원을 계획함으로써 데이터에 대한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빅(Big)이라는 단어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빅데이터는 단순히 볼륨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성에 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빅데이터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할 때, 우선적으로 데이터의 구조화를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데이터의 상호작용 및 연결성에 대해서 고려해야 한다. 아디다스가 그동안 축적해 온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300여개의 협력업체가 있는 아시아 공장 두 곳에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스마트 팩토리 기술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making invisible visible) 인공지능(AI)과 콘탠츠 융합 기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데이터 구조화는 인공지능의 시작이며,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은 제조업의 미래비젼(future vision)이고,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속성(attribute)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일컬어 연결을 통한 경쟁, 즉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관리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목적은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제조 서비스 역량(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product servitization, 서비스의 상품화: service productization)과 새로운 경영 페러다임, 즉 적시맞춤(FIT: fit-in-time)을 실현시키는 것이며, 그 핵심에는 “속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