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초상…변웅필 '한 사람'

by오현주 기자
2021.01.05 03:30:00

2020년 작
'자화상' 시리즈서 나아간 또다른 한 사람
디테일 대신 단순한 선으로 그려낸 '모두'
"사람은 누구나 같고 나름의 가치가 있다"

변웅필 ‘한 사람’(사진=갤러리조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민머리에 민눈썹. 물론 표정도 없다, 굳이 얼굴에 감정의 흔적을 만들어야 한다면 밴드로 붙이든, 실과 꽃으로 가리든, 손으로 찌르든 잔뜩 구겨낸다. 그 허연 벌거숭이 얼굴이 캔버스 한가득이다. 그러곤 자신과는 닮지도 않은 그 클로즈업에 ‘한 사람을 위한 자화상’이라고 턱 하니 이름을 붙여뒀다.

작가 변웅필(51)의 ‘자화상 시리즈’ 내막이 그렇다. 굳이 왜? 생김새나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 ‘우리 모두의 얼굴’을 걸고 말하고 싶었단다. “사람은 누구나 같고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독일 유학 때부터 시작해 족히 스무 살은 먹은 그 자화상이 언제부턴가 이렇게 바뀌게 된 데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색색의 머리카락, 색색의 옷을 가진, 무엇보다 얼핏 표정도 보이는 ‘한 사람’(Someone·2020)으로 말이다. 디테일은 사라지고 선이 살아났다. 극도로 단순화한 묘사로 성별·나이도 지웠다.

그 ‘파격적’ 변화에도 여전히 낯선 한 사람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작가는 의도를 전달한 셈인가. 편견을 지우고 새로움에 눈뜨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는 걸 일러준 셈이니.

2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갤러리조은서 38명 작가와 여는 기획전 ‘소품락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53×40.9㎝.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