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석촌동 싱크홀 발생 원인 놓고 날선 공방

by김성훈 기자
2014.08.27 08:22:26

서울시 삼성물산 지하철 부실공사가 원인 잠정 결론
9호선 공사 턴키방식 진행 "시공사가 모든 책임져야"
전문가들, 부실시공외 다른 요인 가능성 배제 못해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교회에서 열린 ‘씽크홀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이은상 서울시 도시철도 토목부장이 씽크홀 현황과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서울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땅꺼짐)과 지하에서 발견된 동공(땅속 빈 공간)의 발생 원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 구간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측의 부실 공사가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나치게 앞서나간 결론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가 시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토양 분석 등 정밀조사 없이 성급하게 지하철 시공사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밀조사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석촌 지하차도 하부를 관통하는 지하철 9호선 공사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공사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삼성물산이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턴키 방식은 공사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공정을 한 업체가 담당해 공사를 진행하는 기법이다.

특히 서울시는 싱크홀 발견 이후 진행한 조사에서 발견된 동공들이 지하철 9호선 공사 구간과 일치하는 지역에서 생성됐다며 삼성물산의 부실 시공으로 인해 싱크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창근 서울시전문가조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공사가 실드(Shield)공법을 채택했지만 시공 능력이 부족해 공사를 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양보다 많은 흙을 지상으로 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상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실드공법은 삼성물산 측이 도입하자고 요청해온 사안”이라며 “해당 공사가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의 원인을 시공사의 부실 공사로 단정한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반응이다. 지하철 공사 외에 다른 요인으로 인해 싱크홀과 동공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창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현재 데이터만으로 조사 이전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현장에 대한 사전 계측작업이 없었기 때문에 또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다중조건 공사목록’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국가에서 15건의 터널 관련 공사를 수주했다. 이중 부실공사로 인한 소송이나 싱크홀 발생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실드공법을 이용한 터널 공사는 지하철 9호선 이전에도 국내외에서 수십차례 시공했지만 문제가 된 사례는 없었다”며 “서울시의 최종 발표가 나오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고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해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가지고 조사·분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물산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공한 해외 터널 공사 현황 (자료=해외건설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