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기자 진심 응원 "손흥민은 아시아의 자랑"[카타르 다이어리]

by이석무 기자
2022.11.24 17:11:07

월드컵을 취재하기 위해 카타르를 찾은 우즈베키스탄 기자 오트키라 잘롤코노프씨. 사진=이석무 기자
[도하=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구촌 축구 축제인 월드컵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다보면 말그대로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본선에 오른 32개국 취재진은 물론 본선 진출과 전혀 상관없는 나라 기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본선에 오르지 못한 중국이나 인도 같은 경우 본선에 오른 한국 기자보다 숫자가 훨씬 많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나라 취재진 가운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오트키르 잘롤코노프씨도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매체인 ‘kun.uz’에서 기자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잘롤코노프씨는 마침 취재석 옆자리에 함께 자리해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월드컵을 현장 취재한 기자답게 잘롤코노프씨의 주요 관심사는 당연히 축구였다. 특히 한국 축구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축구 취재를 위해 한국에도 여러번 온 적이 있다는 잘롤코노프씨는 ‘쏘니’(손흥민)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엄지 척을 날렸다.

잘롤코노프씨는 “손흥민은 정말 대단한 선수이고 단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며 “아시아 선수가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 사람들도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특히 손흥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즈베키스탄 축구는 아시아의 복병을 넘어 정상을 넘보고 있다. 이미 연령별 대표팀에선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뛰어넘은 모습이다. 지난달 7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U-17 아시안컵에서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6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에 2-3으로 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도 지난 9월 한국에서 열린 2차례 평가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연속 1-1 무승부에 그치기도 했다. 지난 5일 열렸던 U-19 친선경기에서도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겼다.

2018년 당시 박항서 감독이 이끌었던 베트남이 U-23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때 우승한 팀도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카타르월드컵에 나서는 카메룬 대표팀이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했을때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러 0-2로 진 적도 있었다.

필자는 잘롤코노프씨에게 “우즈베키스탄 축구의 미래가 밝다”며 “4년 뒤 월드컵에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함께 월드컵 본선에 나가자”고 덕담을 전했다.

그러자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잘롤코노프씨는 “많은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그러길 원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체격조건과 실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협회 및 국가적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잘롤코노프씨는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최강으로 군림하고 계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대표팀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돼있기 때문이다”며 “우즈베키스탄은 안타깝게도 그러질 못한다. 좋은 선수들이 나와도 계속 키워내는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잘롤코노프씨가 가장 아쉬워한 부분은 자국 리그의 경쟁력 부재다. 우즈베키스탄 리그가 취약하다보니 어린 유망주가 러시아 등 다른 나라로 일찍 떠난다는 것이다. 그냥 리그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국적까지 바꾸는 경우가 많단다. 좋은 실력을 가져도 기회가 없어 일찍 축구를 그만두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잘롤코노프씨는 “손흥민 같은 선수를 키워낸 한국은 정말 부러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우즈베키스탄도 한국을 빨리 배워야 월드컵을 밟아볼 수 있다”고 부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