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동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삼성 위기 '강건너 불'인가

by논설 위원
2021.01.27 06:00:00

연초부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올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파운드리(외부에서 제품설계를 넘겨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재빨리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TSMC의 투자 결정은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인텔의 위탁 생산 확대 선언과도 맞물려 있다. 일련의 소식들이 전해진 것은 공교롭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수감을 전후해서다. 삼성의 위기가 경쟁사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신화를 창조하자”고 말했다. 현재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어제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서도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장 18개월간 이어질 ‘옥중 경영’으로는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투자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구속 상태의 이 부회장이 제한된 보고만 받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3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 P3라인의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여부도 결단을 내릴 시기지만,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경쟁사를 뒤쫓아 가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옥중 경영조차 제약을 받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이 부회장의 판결 확정을 이유로 삼성전자 이사 해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재계에선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의 내일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우려는 근거없는 게 결코 아니다.